죽음을 위한 거룩한 행위, 한국의 전통 춤!
상태바
죽음을 위한 거룩한 행위, 한국의 전통 춤!
  • 이경일
  • 승인 2024.08.09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전통 춤과 무용은 한마디로 죽은 자를 위한 몸짓과 선율이라고 나의 정신적 지향(志向)이신 해남의 김봉호 선생은 말씀하시곤 했다. 우록 김봉호 선생은 생전 한국의 모든 춤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매진한 분이다. 특히 진도의 씻김굿과 살풀이를 한국의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하신 당사자이기도 하다.

 

생전 진도의 동매(東昧)라는 기생에게서 그는 이것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몸짓이고, 그 유래가 무인의 무속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여러 일본 학자들과 다자간 토론을 통해 당시만 해도 천박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진도의 굿판을 드나들며 이를 학술적으로 승화시킨 대학자였다.

 

그는 예술원 초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차와 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최초의 씻김굿으로 만든 서편제의 작가이기도 했다. ‘서편제의 노랫말과 동편제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한민국 학자였다.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우륵 김봉호 선생 생전 모습(사진=씨피엔문화재TV)
우륵 김봉호 선생 생전 모습(사진=씨피엔문화재TV)

 

김봉호 선생의 말년 5년 중풍이 든 선생을 수발하며 선생의 모든 삶을 배워 온 나는 그의 제자로 늘 살고 있다. 선생은 나에게 늘 잡놈이라는 표현으로 희화화하며 한학의 정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배움을 선물해주셨다.

 

초의스님의 모든 저서를 같이 번역했을 정도로 당시에 나는 한학에 빠져 있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해남의 학동 마을, 선생의 집에는 다정(茶亭)’이라는 다실이 있었고, 그 다정에서 진도 기생(씻김굿 전수자들을 선생은 늘 이렇게 부르곤 했다.)들과 어울리시던 선생의 모습이 생생하다.

 

선생은 원래부터 예인이었다. 예술원 초대회장을 맡으셨을 때, 지금은 돌아가신 수사반장초기 작가인 차범석 방송작가 등 여러 인재를 배출하며 방송과 영화감독, 소설가 이청준 작가 등 많은 분들에게 늘 존경받은 해남의 지식인으로 선정되기 했다. 특히 장보고를 한국 사회 최초로 등장시킨 인물로 장보고 뮤지컬을 예술의 전당 공연장에 올리기도 했던 분이다.

 

김봉호 선생을 모르면서 진도 씻김굿을 말하지 말라 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춤과 차()의 대가였던 우록 선생을 나는 말년 5년 동안 정성으로 모셨다. 죽은 자를 위한 선율, 그것이 한국 춤의 기본 전형이다. 선생은 우리나라 춤은 무겁지만 아름다움이 있고, 그 안에 기하학적인 선의 리듬을 따라 모든 몸짓은 언어 이상의 현란하지만 단순한 느낌을 살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내 직업 상 주변에서 전통 춤 공연자를 자주 만났지만, 죽음의 위한 선율이라고 말하는 한 사람도 여직 못 봤다. 그 고혹적인 느낌, 죽음으로 인간의 격을 승화시킨 예술적 행위, 그리고 불교 신도회 중앙 회장이었던 김의정(쌍용그룹사 둘째 따님) 여사와 차의 모든 평전을 쓸 수 있었던 기반을 조성해 주었다. 그 모든 것이 김봉호 선생 덕분이었다.

 

죽음을 위한 거룩한 어록 한국의 전통 춤, 모든 예술적 행위는 죽은 자를 위한 몸짓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최근에야 왜 무슨 연유로 그리 말씀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든 예술적 춤의 동작은 우리의 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죽음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곧 예술적 재능의 마침표다. 이제 한국 사회도 이런 제의식에서 비롯된 춤의 동작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불교의 천도제 때 기본적으로 추는 춤사위가 바로 바라춤이듯이, 죽음을 바라보는 인격적 행위가 바로 한국의 전통 춤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이해할 때 한국의 무형유산은 발전할 것이다.

 

한국 전통 춤의 학술적 통일을 만드는 일은 그래서 당위성을 떠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