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억 - 기와
상태바
삶의 기억 - 기와
  • 이경일
  • 승인 2020.03.02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암사 기슭, 거제 신광사 출토 기와

거제 신광사는 백암산 기슭에 건립한 사찰로,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오량2108 지번에 위치하고 있다. 사등면 오량리 일대는 예부터 절골로 불리었고 기와편과 도자기편이 많이 출토되어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신광사에는 굴법당으로 불리는 삼천불조오십삼불전(三千佛祖五十三佛殿)을 비롯하여 무애정변지의 현판이 걸린 대웅전과 명부전, 나한전과 산신각, 범종각과 녹야원 등 여러 불전이 있고, 약사여래상과 해수관음상 등이 경내에 조성되었다.

1930년경 사등면 오량리의 경작지에서 석불 1구가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1972년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되었다. 이 석불은 석조여래좌상으로 8각의 연화대좌위에 가부좌(跏趺坐)하였는데, 법의는 우견편단이고 수인은 항마촉지인이다. 통일신라 말경이나 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신광사의 굴법당인 삼천불조오십삼불전에 안치되었다.

오량리 석조여래좌상(사진=CPN문화재TV)
오량리 석조여래좌상(사진=CPN문화재TV)

거제 신광사에서는 위의 석불 이외에 조선시대의 기와편과 도자기편이 출토하였다. 도자기는 분청사기와 백자로 구분되는데 완과 대접 등의 작은 파손품이다. 기와는 기본기와인 암·수키와가 대부분으로, 조선 전기와 후기의 작례(作例)를 나타냈다.

조선시대의 수키와는 2례가 출토하였는데, 표면에 집선문(集線文)이 모두 새겨졌다. 집선문수키와는 작은 파손품이나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간주된다. 소성온도가 높은 회흑색의 경질기와로, 기와의 현재 길이와 두께가 각각 17.0cm, 2.0cm이다. 표면에 새겨진 고판문(叩板文)은 짧은 종선과 횡선이 밀집되었는데, 이면에 포목흔적이 있고 한 측면의 내측에 분할흔적이 남아 있다.

신광사 출토 집선문수키와
신광사 출토 집선문수키와

다른 집선문수키와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기와로 파손되었다. 회흑색의 경질기와로 현재 길이가 15.0cm이고 두께가 비교적 두꺼운 3.1cm가량이다. 표면의 집선문은 물 손질되어 일부가 지워졌는데, 한 측면에는 안쪽에서 넣어진 분할도흔이 있고 이면에는 거친 포목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암키와는 3례가 출토하였는데, 표면에 집선문과 복합문이 각각 새겨진 것과 무문양인 암키와로 구분된다. 집선문암키와는 조선 전기에 제작되었는데, 짧은 종선과 횡선이 밀집되었다. 회흑색의 경질기와로 모두 파손되었다. 기와의 현재 길이와 두께가 각각 13.0cm, 2.0cm인데, 이면에는 거친 포목흔적이 있다.

복합문암키와는 변형된 창해파문과 집선이 조합되었는데 조선 후기의 작례를 나타냈다. 회흑색의 경질기와로 파손되었는데, 기와의 현재 길이와 두께가 각각 14.6cm, 2.2cm이다. 이면에는 거친 포목흔적과 분할도흔이 남아 있다.

복합문암키와
복합문암키와

무문암키와는 1례가 출토하였다. 암키와는 표면이 물 손질되었는데 문양이 생략되었다. 회흑색의 경질기와로 현재 길이와 두께가 각각 18.0cm, 2.5cm가량이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파손품으로, 이면에는 포목흔적이 있고 분할도흔이 안쪽에서 넣어졌다.

무문암키와
무문암키와

이 외에도 도자기편이 약간씩 수집되었다. 도자기는 모두 파손되었는데 분청사기와 백자로 구분된다. 완과 대접의 파손품으로 조선 전기와 중기의 작례를 나타내 기와와 제작시기와 별 차이가 없다.

도자기편
도자기편

거제 신광사에서 출토한 기와는 기본기와인 암·수키와가 대부분으로, 모두 조선시대에 제작되었다. 기와는 조선의 전·후기의 작례를 잘 나타내 그 문화재적 가치와 함께 고판문의 다양함을 살필 수 있다. 기와는 표면에 새겨진 고판문양과 이면의 포목흔적 및 분할흔적에 따라 제작시기의 차이와 각 시기의 특색을 살필 수 있다. 수키와에는 모두 집선문이 새겨졌고 암키와에는 집선문과 복합문이 새겨졌는데 무문암키와도 포함되어 다양한 번와(燔瓦)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거제 신광사는 기와편 이외에 분청 및 백자의 도자기편이 출토하였고, 경내에서 출토한 석조여래좌상(도유형문화재 제48)이 굴법당에 안치되어 전통사찰로 지정해도 충분한 가치와 격식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신광사에서 출토한 기와는 조선 전기와 후기의 작례를 나타내 그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하다. 따라서 거제 신광사는 예부터 유래된 사등면 오량리 절골에 입지하여 중창되었고, 통일신라 말경, 또는 고려 초에 조성된 석불을 굴법당에 안치함으로서, 전통사찰로 등록되어 법등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출토 사진 = 김성구 전 경주박물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