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를 오랜만에 들렸다. 다양한 문화재를 품고 있는 소중하고 참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느꼈었는데, 솔직히 오랜만에 들른 전등사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공양간이라고 건물을 신축 했거나 재축한 모양인데, 터무니없이 위용만 자랑했지, 그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진 것이 애석했다.
첫눈에도 그 공양간을 필두로 쓸모없는 석축을 반절한 모양새나, 여기저기 국민의 세금으로 돈을 발라 의미없는 냄새나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기다 출처 모를 ‘전등각’이라는 건물은 동문 입구 산자락을 잘라내고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크고 우람하게 지어놓았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불필요한 건축물이다. 새 건물을 짓는 것 보다 동문 입구 많은 무허가 상점과 계획 없이 듬성듬성 들어차 있는 상가건물을 정비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았을 듯 싶다.
세월을 탈탈 털어서 수행한 스님들이 참된 공부를 하던 전등사가 주말이면 서울 인근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수려한 봄꽃으로 치장하는 곳으로 변질해버렸다. 정말 난망하기가 그지없을 따름이다. 십여 년 전, 새벽 무렵 나는 이 전등사에 기도한답시고 가까운 김포에서 3달 가까이 오가곤 했다. 내 나름대로 결심을 하고 10일 기도라는 것을 드렸던 사찰이었다. 기도를 끝내고 부지런히 출근하던 그 시절, 전등사는 새벽의 향기를 폴폴 풍기던 아름다운 사찰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큼지막해서 끌어안기 부담스러운 사찰이 되어 버렸다.
건축물만 죽어라 지어대는 이유가 무언가? 물론 필요한 요사와 건축물을 지어야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점점 더 건축물로 인한 폐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 스님들도 점점 줄어들고 더 이상 출가하려는 스님들도 없는데 관리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 되고, 손 하나 가는 것도 짐이 된다. 제발 전통이 깃든 사찰을 더 이상 덕지덕지 옷을 더 입히지 않았으면 싶다. 그것도 모두다 국민들의 세금이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싶다.
제발 문화재청도 더 이상은 건축물 불사에 협조해서는 곤란하다. 꼭 필요한 건축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제 삼사십년만 지나면 모든 건축물은 텅텅 비어 그 용도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전등사의 불사, 고작해야 삼십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혜안이 될 것이다.
전등사는 말 그대로 작은 요사가 옹기종기 모여서 아름다운 산의 정기로 반들반들하게 빛이 나는 진정 멋진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그 안에 담겨 있는 문화유산과 스님들의 정신을 비추어가며 우리의 전통을 느끼고 배워갈 것 아닌가. 참 아쉬운 발걸음으로 멍하니 전등사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햇살이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