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그리스'가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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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리스'가 거기서 나와...?
  • 정은진
  • 승인 2020.03.2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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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89,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끝나고 순위 표지판에 차례대로 이름이 표시됩니다.

1 SON JAPAN 2’29’19

금메달은 일본의 Kitei Son. 세계신기록에 환호가 터지고 일본국가가 경기장을 가득 메웁니다. 하지만 시상대에 올라선 선수의 얼굴에 침울함만 가득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리스트로 불립니다. 한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지만 일본국적으로 출전했던 마라토너 손기정입니다.

 

1900년에서 1936년까지 하계올림픽의 꽃인 마라톤 우승자에겐 특별한 부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리스 유물입니다. 특히 1936년엔 부상이 아주 특별했습니다. 높이 21.5cm, 무게 1.2kg의 청동 투구입니다.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그리스 올림피아 제우스신전유적지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일본은 손기정 선수에게 부상인 청동 투구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주인을 잃은 청동 투구는 독일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박물관에 보관된 채, 해설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2시간 2919초의 기록을 세운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의 것.’

 

청동 투구는 1986년 그리스의 브라디니 신문사와 그리스올림픽위원회의 도움으로 50년 만에 주인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손기정 선수는 청동 투구를 받아들고 금메달은 또 한 번 받은 것처럼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의 표기 국적은 일본이지만, 손기정 선수의 프로필 밑에는 일제의 강요에 의해, 일본 이름으로 출전했다고 설명되어있습니다.

 

그리스 청동 투구는 1987년 서구유물로는 최초로 보물(904)로 지정됐습니다. 손기정 선수는 이 투구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라는 뜻을 밝혀 1994년 국가에 기증했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증실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단 순간은 경기할 때와 시상식 때뿐이었습니다. 경기 중 사인 요청을 받으면 서슴없이 한글로 손긔졍이라고 썼으며,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면 KOREA라고 답했습니다. 청동투구는 암울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준 상징이며, 손기정 선수의 민족정신을 보여주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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