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로마'가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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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로마'가 거기서 나와...?
  • 정은진
  • 승인 2020.04.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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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경주 대릉원 주변 계림로 배수공사 중 모두를 놀라게 할 유물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바로 계림로 14호분 안에서 발견된 보물 635호 계림로 보검입니다.

 

계림로 보검은 철제 칼집과 칼은 썩어 없어져 버리고 금으로 된 장식만 남은 길이 36cm의 황금보검입니다. 자루의 끝부분이 골무형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습니다. 칼집에 해당되는 부분 위쪽 판에는 태극무늬 같은 둥근 무늬가 들어 있습니다.

 

이 검에 감입된 붉은색 보석은 주 생산지가 동유럽인 석류석입니다. 동로마 지역에서 발견된 석류석 유물에서 황금보검과 똑같은 보석 감입기법이 발견되어 원산지가 동로마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보검에 있는 태극무늬 또한 로마 문화를 수용한 고대 트라키아지역 켈트인들이 즐겨 사용한 문양입니다. 1928년 카자흐스탄 보로보예 마을 무덤에서 이와 똑같이 생긴 보검이 먼저 발견 됐습니다. 실물원형이 발견된 계림로 보검과 달리 검장식의 일부분만 발견되었지만 공예기법과 석류석을 채워 넣은 게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고 합니다.

 

서기 5세기 후반에서 6세기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되며 삼국시대 무덤에서 출토되는 고리자루칼(환두대도)과 그 형태와 문양이 다릅니다. 찬란한 황금, 보석기법과 문양들은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왕들만 가질 수 있는 최고급품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라가 유라시아 일대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긴밀한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계림로 황금보검은 동·서양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유라시아 대륙을 자유롭게 오갔던 사람들의 자취가 담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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