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독자적인 불사, 멍드는 사찰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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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독자적인 불사, 멍드는 사찰 문화재
  • cpn문화유산 문화재TV
  • 승인 2020.05.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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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이 벗겨진 문화재자료 제252호 '기림사 약사전' (사진 = CPN문화재TV)
단청이 벗겨진 문화재자료 제252호 '기림사 약사전' (사진 = CPN문화재TV)

 

지자체의 독자적인 문화재관리(불사)로 사찰 문화재 멍이 든다.

 

사찰의 가람, 단청, 수행 환경은 누구보다도 스님들이 잘 안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 전문가 운운하면서 사찰에 속한 문화재를 직접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적잖이 우려스럽다.

 

수천 년간 혹은 수백 년간 사찰에 머물면서 고유 특성적인 측면이나 수행환경 영향 하에 있었던 문화재가 어느 순간 국가 관리 체계, 지자체 관리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너무 욕심을 부려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찰의 수행환경을 무시하고 오로지 문화재의 특성만 고려해서 사찰의 문화재 관리 프로그램을 지자체의 입맛에 맞추려는 경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사찰 문화재가 문화재 이전에 수행의 산물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정의 결과다.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고용한 학예사가 마치 지역의 모든 사찰 문화재 환경을 손금 보듯이 알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을 한다면 이는 언어도단이다. 문화재적인 특성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문화재마다 숨어 있는 각종 스토리는 스님들이 전언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는 법이다.

 

경주 기림사 성보박물관 (사진 = CPN문화재TV)
경주 기림사 성보박물관 (사진 = CPN문화재TV)

 

이로 인한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사찰의 고유한 특성을 잘 살려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지자체와 스님들이 일대 단합하지 않으면 사찰 문화재는 수행환경이라는 그 도리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되어 오히려 스님들의 입장에서는 불편만 야기하는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늦은 밤, 사찰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불침번을 서는 스님들, 종교 이전에 대단한 자부심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스님들, 이런 스님들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스님들과 모든 스토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문화재 관광자원화의 국민대중화는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찰 문화재 자원화는 스님들의 협조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사찰 문화재를 성보박물관 수장고에 가두어 놓지 않으려면 스님들에게 의견을 듣고 또 예를 다해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해서 국민들과 함께 하는 길뿐이다.

 

일부 지자체의 오만한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사찰에 문화재 업자를 대동하고 와서 제 입맛대로 사찰환경을 바꾸려 든다면 이는 그동안 사찰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해온 스님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고 뭐겠는가?

 

이는 종교문제가 아니다. 문화재마다 숨어 있는 특성을 잘 이해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최소한 사찰을 공사판으로 만들려면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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