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 담 쌓은 ‘서울시의회’
상태바
문화재보호 담 쌓은 ‘서울시의회’
  • 관리자
  • 승인 2004.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경기도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안건이 나온데 이어 서울시도 문화재보호구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의회 김충선 의원 등 80여명의 시의원이 발의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은 능 및 고분묘 주변의 보호구역에서 상황에 따라 제재를 받지 않고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고쳤다.

문화재보호구역은 대부분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500m, 시지정 문화재 300m로 정해져 있으며 건축물 공사시 높이제한이나 용도 사용 등에 대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문화재보호구역의 경우 지난 2002년 상정된 조례안에서 일반 지역보다 축소돼 시 지정문화재 50m, 국가지정문화재 100m 이내로 보호구역이 더욱 줄어들었다.

서울시의원 대다수가 동참한 이번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은 5월말 본회의에서는 상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의원 등 시의원들은 다음 회기 중에라도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주변의 지역주민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바람에 토지 소유주들은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합당한 내용을 발의했으므로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과 시민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을 무시하고 조례안을 상정하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 말도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모르고 개정안을 발의했을 리는 없고 지역 개발에서 얻는 이득과 관련있지 않겠느냐”며 꼬집었다.

아직 서울시의회는 개정안과 관련된 안건을 문화재청과 협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회기중에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았으나 계속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청과 상의없이 보호조례를 상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며 “개정안이 상정되면 발의한 시의원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고분과 능은 종로구 종묘·육상궁을 비롯 용산구 효창원, 동대문구 영휘원, 성북구 의릉·정릉, 도봉구 연산군묘, 노원구 태·강릉, 서초구 헌·인릉, 송파구 석촌동·방이동의 백제 고분군 등 20여기가 분포하고 있다.

대부분 일제시대부터 심각한 피해를 받아왔다.

일제가 조선시대 왕릉을 파헤치고 주변을 밭이나 도로로 사용하는 등 악의적인 문화재 훼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울시내 능과 고분은 더욱 피해가 심해졌다.

성북구 정릉의 경우 신축 아파트가 계속 주변에 들어서고 옛 안기부 자리에 있던 의릉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당시 안기부의 정원으로 꾸며져 능으로서 형태가 변형됐을 정도다.

서초구의 선정릉이나, 선수촌이 들어선 태릉도 주변의 상당 부분이 밀려나간 상태다.

송파구 석촌동과 방이동의 백제시대 고분도 일부분 훼손됐다.

이미 피해받을 대로 받았으나 이번 보호구역조례 개정안이 상정되면 능 주변은 더욱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대부분의 문화재 관계자들은 각 지자체마다 문화재보호조례를 개정하는 데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호구역 인근 주민들에게 법적인 체계를 알려주고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차분히 조율해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