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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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한 이유
  • 관리자
  • 승인 2010.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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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이순신이 지키고, 세종대왕이 반겨주는 조선의 중심 경복궁을 찾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 앞은 북적이기 그지없었다. 나라의 위엄과 문화를 널리 보여주는 광화문. 그 안에는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나는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끼어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 안으로 들어갔다.






▲ 입구에 세워진 전시회 홍보 판과 흥례문 회랑


“第10囬 韓國文化財技能人作品展”을 홍보하는 홍보 포스터가 흥례문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어 재빨리 경복궁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안은 이미 많은 공예작품들과 사람들로 붐벼 있었고, 회랑 앞에 작은 행사장을 만들어 각 공예작품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었다. 목공, 화공, 목조각, 석조각, 칠공 등 13개 분야 170여명이 참가해 200여점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이곳은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의 주관으로 93년부터 개최하여 지금까지 총 10번의 작품전을 열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훌륭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관광객들도 작품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 사이에 끼어 작품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 전시된 작품들


많은 작품들 중에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미니어처 같이 작게 만든 것이었다. 첨성대를 시작으로 풍남문, 음성 김우용댁 관상헌, 문수보살 보현보살, 조선시대 관료, 명성황후, 거북선까지 이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행복감은 일반적인 박물관에서 느낀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 대상을 받으신 김영찬 선생님


마음 같아선 작품전에 참여한 모든 장인들을 조사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결국 대상을 받으신 김영찬 선생님(석공장인)만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대상 받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근데 날 취재할 게 뭐 있다고요.”


“좋은 작품 만드셨으니까 궁금한 게 많아서요.”


김영찬 선생님은 쑥스러워하시면서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대상을 받으셔서인지, 아니면 원래 선생님의 인상이 그러신지 인자해 보이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인터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보니까 두 개의 돌에 보살이 새겨져 있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어요?”


“석굴암에 새겨져 있는 보살이예요. 보살상은 대부분 산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에 새겨져 있어서 그곳을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보기 어려워요. 출입금지 구역도 있고요. 그래서 만들게 된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보살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돌이 독특해요. 일반 돌 같지 않다고 할까요?”


“경주에서 나는 경주석이예요.”


“제가 알기론 경주에 돌산이 없어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구하기 어렵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작은 크기로 만드는 거라 그래도 쉽게 구한 편이예요. 그래도 여기 오기 전에는 지금 보는 거랑 다르게 뒷부분이 불룩하게 나와 있었어요. 근데 경주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려고 하니 힘들잖아요. 그래서 뒤를 깎았죠. 그래도 앞이나 양 옆의 모양은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만드시는데 오래 걸리셨겠어요.”


“오래 걸렸죠. 여기 있는 작품 다 그러니까.”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작품을 주시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작품에 시선을 돌렸다. 마친 노랗고 빨갛게 깔린 노을 때문에 처음 작품을 봤을 때보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걸 원했어.”


“네?”


“지금처럼 빛이 들어오면 작품이 너무 예뻐 보이잖아요.”


라며 환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 고향이 경주세요?”


“아뇨. 부산 출신인데 부처님이 너무 좋아서 83년도에 경주로 올라왔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영찬 선생님의 얼굴이 선생님의 작품에 있는 보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협회장 이재순 선생님


그렇게 김영찬 선생님과 아쉽게 돌아선 나는 회랑 여기저기를 바쁘게 돌아다니시는 이재순 협회장님을 찾아갔다.


“아, 미안해요. 저쪽 일만 정리하고 인터뷰할게요.”


라며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하신 선생님은 다과회장 앞의 떡컷팅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찾아와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작품 전시회를 여신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우리 협회는 문화재를 수리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수하고 보존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어요. 그분들의 기량을 보여주고, 어떻게 문화재를 보존하고 보호하는지와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작품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경복궁을 특별하게 작품 전시회로 잡은 이유가 뭐죠?”


“고궁을 다 수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고, 우리가 하는 일과 고궁이 밀접한 관계가 있어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고궁의 비어있는 회랑을 좀 더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왔고, 고궁을 선택하게 되면 일반인도 많이 와서 볼 수 있고 우리 작품이나 고궁도 그 멋을 살릴 수 있다 여겨져 결정을 내렸습니다.”


“작품 전시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협회에 소속되신 분인가요?”


“그렇죠. 문화재청으로부터 인정이 되어 고궁을 수리하고 보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협회에 가입하게 되어 이렇게 작품을 전시하게 된 것입니다.”


“협회의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생각보다 우리가 전통을 많이 잃어 버렸어요. 일제시대를 거치게 되면서 일본 기법이 많이 도입되어 작품들이 수리되거나 만들어졌는데, 그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옛날기법을 되살리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아 문화재를 보존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전시회를 열도록 할 것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협회장님은 일일이 작품을 만든 장인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시고, 작품 전시회를 찾아 주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가을 탓에 이상하리만치 울적한 하루였던 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상하게 마음 한가득 행복감을 안고 돌아왔다. 이것이 우리가 전통문화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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