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이제 영화감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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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이제 영화감독으로
  • 관리자
  • 승인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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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장관은 1년 4개월 간 재직했던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를 떠나 영화감독으로 돌아왔다. 레저용 승용차 산타페를 직접 몰고 노타이 차림으로 문화관광부에 출근했던 이창동 영화감독,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영화인으로 돌아왔다.

이창동 장관은 왜 1년 4개월만 장관을 해야 했을까. 시기가 되고 때가 되면 바뀌는 것이 장관 자리인가. 정권의 편리에 따라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자리가 장관자리인지 참여정부도 이전 정권과 똑 같은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창동 장관은 취임 초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넥타이를 풀면서 "형식이 굳으면 내용이 살지 못한다. 문화예술인들을 자주 만나는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은 권위주의보다 일상적 감각과 형식을 통해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문화정책뿐 아니라 일상적 행정에서 직원들에게 '형식파괴'를 권유했었다.

스스로 공무원 사회를 '조폭문화'에 비유했던 이창동 장관은 문화행정의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했다. 장관으로서 결점이나 결함보다는 소설가로서 영화감독으로 현장에서 느낀 점을 행정과 접목시키면서 상당한 성과도 나타냈다. 직원들 사이에는 상징적으로 '복장 자율화'가 번졌고, 넥타이를 맨 딱딱한 공무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율적인 근무분위기 속에서 각종 문화정책에 대한 토론이 부내에서 그치지 않았고, 현장 예술과의 소통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그러기에 부내 직원들의 이 전 장관에 대한 평가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 그가 개각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유는 국민들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때가 되었으니까, 로 요약해야 한다. 즉, 일의 능력에 상관없이 정권의 배려와 혹은 배타로 이루어진 개각인 것이다. 장관으로서 문화예술인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창동 장관이 최근에 발표한 문화예술정책의 중장기 계획인 '문화비전'과 '새 예술정책'은 이제 선장을 잃은 채 부내 책상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쓸 것이다. 새 예술정책과 문화비전은 기획 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실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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