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천국, 종묘광장
상태바
노인들의 천국, 종묘광장
  • 관리자
  • 승인 2004.07.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초여름에 찾은 서울시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종묘광장 공원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이 서로 부대끼는 쉼터 역할을 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의 정문 앞 광장은 잔디밭에서도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2천여명 가량의 노인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트로트와 민요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한쪽에서는 장기와 바둑두기에 여념이 없다. 달마 초상화를 그리고 한문 솜씨를 뽐내는
서예가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삼삼오오 모여 술잔이 돌고 볼썽사나운 싸움도 벌어지지만 이곳을 자주 찾는 노인들에게는 일상처럼 느껴지는지 구경꺼리 정도인
듯 하다.



화장실 시설이 부족해서인지 잔디밭에는 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소변을 보는 일도 흔하다. 곳곳에 용변금지라는 표말이
상황을 가늠하게 했다.



종묘 광장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루지만 40~50대 가량의 젊은이들(?)도 경제 한파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종묘 담장 주변의 후미진 곳에서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숙자들의 숙소 역할도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정문 앞의 현주소다.



종묘 광장에 자주 온다는 한 노인은“원래 탑골공원에 자주 갔지만 몇 년 전 정비사업을 하고 관람시간을 2시간 정도로 제한하면서 이곳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부터 탑골공원 공사가 시작돼 새롭게 단장되면서 노인들의 휴식처가 자연스레 종묘광장으로
옮겨졌다.


한 블럭 떨어진 사적 354호인 탑골공원에서도 종묘광장에 비해 인원수가 얼마되지 않지만 대부분 노인들이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던 팔각정을 중심으로 담소를 즐겼다.
장기판이
벌어지고 둘러서서 훈수두기 바쁜 모습이다. 다른 곳보다도 팔각정 주변에는 어르신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있었다.
재떨이라도 몇 개 비치해야 할 정도다.


후미진 문쪽에서는 얼큰하게 취한 노숙자들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종로경찰서에서 세운 공원 정문의 안내문에는 신문지를 깔고 앉거나 장기 등의 오락행위, 음주, 가무를 금지하고 1시간 이내에
관람을 마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탑골공원 관리자는 “하루에 보통 3천명 가량의 관람객이 들어온다”며 “여러가지 금지사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심하게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탑골공원은 공무원 3명과 공익근무요원 5~6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종묘광장관리소는 공무원 2명과, 공익근무요원 5명이
관리하고 있다.


10여명 남짓의 인원으로 하루에 2~3천여명이 드나드는 곳을 관리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노인들이 많아진 종묘광장의 경우 관할 경찰서의 계도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어 ‘특별관리대상구역’이라는 표말이 무색해
보인다.


종묘광장관리소측은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많아져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관리인원도 부족하지만 자주 계도
활동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종묘 인근인 안국동에 노인문화센터가 있다고 하지만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쉼터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탑골공원과 종묘 앞 광장의 보다 현실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마땅히 쉴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