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도봉산 망월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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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도봉산 망월사를 가다
  • 관리자
  • 승인 201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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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

은둔의 수행도량 망월사, 숨소리 죽이고 산속에 은거하며 깨달음의 참 진리를 찾는 선수행의 도량 망월사. 올해 최고의 폭염이 만류했지만 북한산 지류, 도봉산 망월사 허담스님과의 약속 때문에 산에 올랐다. 고려 최초의 국사(國師) 혜거(899~974)의 사리를 봉안한 ‘망월사 혜거국사부도’(경기유형문화재 122호)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상의해 보자는 말씀이 있었던 것이다. 이 부도는 혜거 스님이 열반한 후, 3백여 년이 지난 후 만들어진 부도로 조형감각과 세부 기법으로 보아 스님이 살았던 고려시대가 아닌 조선시대 전기에 해당하는 부도로 추정된다는 학계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망월사 혜거국사부도(경기유형문화재 122호)

혜거국사 부도는 탑신을 제외하고는 팔각원당형(八角圓堂型) 구조로 되어있는데, 옥개석과 상륜부를 하나의 석재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부도와는 다르게 웅장한 맛이 있다.



산 밑 쌍용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해놓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몇 걸음 옮기자 온 몸은 땀으로 푹 젖었다. 폭염특보가 전국에 내려진 날이니 유명한 등산로인데도 산행하는 사람들조차 만날 수가 없었다. 절대로 만만히 볼 길이 아니었다. 급격한 경사 길, 돌부리에 몇 번을 중심을 잃었지만 망월사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위안삼아 한 시간여를 걸어서 망월사에 도착했다.






▲망월사 올라가는 등산로

허담스님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화재 답사를 시작한 후 대략 15년이 되었는데, 망월사는 초행이다. 해동 제일의 풍광이라고 선인들이 두루 칭송하던 망월사답게 눈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수려한 풍경과 구석구석 깃들어있는 역사의 흔적, 거기다 선방이 들어선 까닭에 알 수 없는 수행의 냄새, 사람냄새가 물씬 풍겼다.





▲망월사

이 명찰에 국가지정 문화재가 한 점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곳곳이 성보문화재였다. 허담스님을 따라서 절 이곳저곳의 안내를 받으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고불전에서 만난 부처님, 1891년 중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원세개가 쓴 망월사 현판, 혜거국사부도를 비롯하여 천봉 태흘(泰屹, 1710∼1793)의 부도인 천봉탑(天峰塔, 경기도 문화재자료 66호)과 1796년 수관거사(水觀居士)가 명(銘)한 망월사천봉선사탑비(경기문화재자료 67호) 등이 아직도 지방문화재에 머물고 있음이 아쉬웠다.



▲망월사천봉선사탑비(경기문화재자료 67호)

특히 180년 전에 지어진 칠성각 건물의 앞쪽은 둥근 기둥과 부연이, 하지만 뒤쪽에는 부연이 없었으며, 더군다나 사각기둥이었다. 이런 형태는 주로 민가에서 사용하는 형태인데, 망월사 특징 상 산길을 따라서 치목한 나무를 옮기기 어려운 까닭에 민가 형태의 법당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고건축의 산 증인이랄 수 있는 김동현 박사에게 현장에서 전화로 의견을 묻자 그건 사찰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자세히 조사해보자는 말씀이 있었다. 칠성각 건물 외 다른 전각들은 6.25 전쟁의 한복판에 북한산이 있었던 탓에 근래 다시 지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영산전의 나한님들이나, 불상은 망월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금박의 채색을 벗겨내고 다시 형태에 맞게 채색해 놓은 탓에 그 멋이 새로 깃들어 고풍스러운 맛이 더했다.




▲칠성각

절에 머문 지 대략 2시간이 지나자 곳곳이 어두워졌다. 하산하는 길이 더욱 걱정이라 원주스님에게 전등을 빌려서 위태로운 발걸음을 단속하면서 조심스럽게, 올라갈 때보다 더욱 시간을 들여 겨우 하산했다.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 망월사. 어둠이 짙게 깔린 도봉산을 올려다보면서 그 옛날 신라 선덕여왕 때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망월사를 창건한 해호화상(海浩和尙)의 노고에 경의를 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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