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현장에도 안전‘씽크홀’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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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현장에도 안전‘씽크홀’이 존재한다
  • 관리자
  • 승인 201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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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사태’를 정점으로 안전 불감증이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서울 시내 곳곳에 ‘씽크홀’이라는 지하 구멍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지하철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안전에 관한 대응 매뉴얼이 있을까?



우리나라 보유 문화재의 70% 이상이 깊은 산속의 사찰에 존재하고 있다. 국지성 호우가 잦은 요즘은 특히 산사태 및 축대 붕괴 사고가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이 축대 위에는 각종 건축물이 들어서 있고, 그 안에 스님들이나 사찰의 행정 및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거의 기숙 형태로 생활하고 있다.



명승으로 지정된 남양주 수종사의 경우 석축의 하단부터 상당부분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얼기설기 놓인 각종 지지대로 석축의 붕괴를 겨우 막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런 축대를 지지기반으로 공양간, 요사채 등 평상시 사람이 거주하는 시설물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두물머리와 아름다운 경관은 수종사가 명승지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방문객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 역할을 하는 다정(茶亭) 역시 위태로운 축대를 지지기반으로 서 있다. 다른 전각이 있다면 그곳으로 옮겨갈 일이지만 현재는 마땅히 옮겨갈 건물도 없는 실정이다.




▲남양주 수종사의 위태로운 축대



남양주시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긴급히 안전진단을 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지 않으면 도미노처럼 축대가 무너지고, 상층부의 대웅전과 보물이 위치한 곳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상급기관인 문화재청에 이를 보고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고작 축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식물의 제거와 주변을 간단히 정리하는 선에서 긴급 지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수종사의 축대는 자체로도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 손영식 문화재 위원은 수종사 축대가 역사적으로 무량수전의 축대와 비슷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하며, 시급히 정비 계획을 세워 축대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단국대 엄기표 교수도 당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붕괴는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는데, 문화재청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사찰, 심지어는 해당 지자체인 남양주시까지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은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문화재 위원 몇 명의 의견을 듣는다든지, 계측기를 단다든지 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은 서류로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안전에 대한 아우성은 서류 몇 장으로 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법이다. 축대가 무너져 인명 사고라도 나기를 기다린단 말인가.



수종사의 경우 뿐 아니다. 가평군에 위치한 현등사(보물 제 1793 동종 보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 위에서 쏟아지는 물로 인해 영산보전 앞 건물의 축대가 이미 붕괴되고 있고, 점점 건축물로도 토사가 들이쳐 침하가 가속화되고 있다.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사를 감행한 탓도 있지만 서둘러 정비하지 않으면 산 위를 오르는 등산객을 비롯한 시설물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빠른 시일 내에 배수로를 정비하고 큰물에도 견딜 수 있는 축대를 쌓아야 할 일이다.




▲가평 현등사 축대 붕괴



이밖에도 마곡사 상대웅전 역시 뒤틀림으로 인한 무너짐이 가속되고 있다. 마곡사 대웅전(보물 제 801호)은 지난해에도 안전진단 결과에서도 정비를 요한다는 결론이 난 건축물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도 문화재청은 갑자기 계측기를 달아놓고 얼마큼 무너지는가를 측정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무지한 방식인가. 안전진단 결과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났고, 김동현 전 문화재위원과 많은 학자들이 서둘러 보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문화재청은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또 무엇을 조사한단 말인가. 조사만 하다가 수리의 적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에 반해 안성 청룡사(보물 824호)의 경우 무너짐이 가속화된다고 하여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는데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최근 몇 년 동안 시행된 안전진단 결과도 없고, 늘 문화재청에서 주장하던 안전진단도 없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더 놀라운 현장은 바로 무위사 극락전의 경우다. 동 문화재는 국보 13호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신이다. 기울어짐이 시작된 것은 6년 전이고, 강진군은 서둘러 안전진단을 통해서 보수와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정작 문화재청에서는 또 다시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보가 무너지고 있다는데, 육안으로도 기울어짐이 현저한데도 문화재청은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상투적인 답변으로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늘 이 ‘기술적’이라는 이해 밑에 숨어서 현재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찰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우리나라 국보가 저렇게 찌그러져 있는데, 문화재청은 무엇을 하고 있나”하고 탄식을 한다.



도대체 무엇이 ‘기술적’이라는 것인지, 무너져가는 국보를 그대로 바라봐야만 하는 것이 기술적이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숭례문 사태로 인해서 문화재청에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 속도에 너무 답답해하고 있다.



육안으로도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문화재, 관리청의 손길이 필요한 문화유산은 안전진단 혹은 ‘기술적’이라는 탁상공론이 뒤처져 있고, 문화재 위원회의 집단화된 전문가 의식의 폐쇄성은 도가 지나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문화재청은 매번 이 위원회를 방패막이로 삼아 숨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기술적’ 집단인 문화재 위원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을 위한 집단인지, 일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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