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치일 상징적 건물 ‘중명전’의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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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일 상징적 건물 ‘중명전’의 치욕
  • 관리자
  • 승인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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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11월 17일 체결된 을사조약이 올해로 99주년을 맞는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장소인 중명전(중구 정동 소재)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53호로 지정돼 있지만 서울시의 소홀한 감독과 관리 측의 상업적 운영으로 상처받고 있다.


작년까지 중명전의 소유권은 사기업체에서 가지고 있어 임대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그동안 중명전을 매입해 역사자료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투자가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매입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에 이른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문화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중명전을 작년 매입했고 현재는 국가소유로써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문화관광부 소속으로 정동극장에서 관리하고 있다.

주차장에
가려진 중명전


정동극장과 근접해 있는 중명전은 어느 곳에도 중명전의 위치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정동극장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이 중명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중명전은 주차장으로 둔갑되어
건물 주변은 주차된 차로 둘러싸여 있었다.


중명전을 관리하고 있는 정동극장 관리사무소 측은 “극장 장소가 협소하여 중명전 앞 부지를 유료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극장
측에서 판단했을 때 문화재가 있다고 해서 앞에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은 아니고 큰 문제도 아니다”라며 중명전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방치된
중명전 친일역사자료관으로 거듭나야


중명전은 예전 임대 사무실로 쓰이던 모습 그대로였다. 또 건물 외벽은 심하게 손상돼 전체적으로 허물어져 있었고, 중명전 뒤편으로는
불법으로 증축된 건물이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우편수발함에는 이전 임대사무실로 사용되었을 당시 임대했던 회사 앞으로 온 편지가 가득했다. 또 몇 칸의
방으로 이뤄진 1층은 사무실이 빠지고 난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층은 내부 균열로 천장과 벽 틈사이가 벌어져 있었고 테라스에는 소주병과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건물 내 아치형 구조만이 이곳이 중명전이였다는 당시의 모습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중명전에 들어가는 별도의 예산안은 없다”며 “다만 건물에 매 달 전기세, 수도세 등의 관리비만을 내고
있다”며 구체적인 관리·보수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우영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파의 죄상과 행적을 영구히 전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중명전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상업적 상술로 이용되고 있다”며 “정부의 각성을 통해 친일역사 자료관으로 활용해 후세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현재 중명전의 관리를 안타까워했다.


치욕의 역사를 되새겨 기억해야 할 때 정부는 비운의 장소를 치욕의 장소로 내몰고 감추려고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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