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N 뉴스 - 문화재청,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가능성 높아져…소장자 청구 기각
상태바
CPN 뉴스 - 문화재청,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가능성 높아져…소장자 청구 기각
  • 관리자
  • 승인 2018.02.23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훈민정음>▲(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가능성 높아져…소장자 청구 기각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신헌기 지원장)는 22일 문화재청의 상주본 강제집행 청구에 맞서 소장자 배익기(54) 씨가 제기한 청구 이의의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배씨는 "상주본 절취행위는 무죄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상주본 소유권은 본인에게 있고, 국가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 집행력은 배제돼야 한다"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배 씨가 상주본 절취 혐의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이는 증거 부족에 따른 것일 뿐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배씨가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의 사유는 지난 2011년 민사판결의 변론종결일 이후가 아닌 이전 시점으로 사유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배씨의 법적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배씨가 소장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간송본'과 같은 판본으로 알려지며 '상주본'으로 불린다.


앞서 배씨는 문화재청에 상주본 회수조건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1조라 보고 그 1/10인 1,000억원을 요구했고 문화재청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배씨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제집행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배씨가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3차례 조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결렬됐고 또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무공훈장회, 한글세계화추진위원회 등 4개 사회단체가 상주본을 제3자 구매 방식으로 사들여 국가에 기증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재판은 새 국면을 맞는 듯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상주본을 둘러싼 갈등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7월 배씨가 방송에 상주본 일부를 공개했다.


상주본 발견 전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이 발견한 간송본뿐이었다.


상주본은 간송본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간송본에는 없는 훈민정음 연구자의 주석이 달려 있어 더욱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주본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모습을 감췄다.


상주본이 공개된 직후 상주의 골동품상 조모(2012년 사망)씨가 2010년 2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 있던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한 것이다.


형사재판까지 갔지만 배 씨는 무죄로 풀려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씨에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범죄인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 받았지만 배씨가 훔친 것이 맞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형사 재판이 아니라, 소유권자가 누구냐를 가리는 민사재판에서는 조씨가 이겼기 때문.


그리고 2012년 5월 조모 씨는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여기서부터 국가와 배씨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배씨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곳에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배씨의 집을 수차례 압수수색 했지만, 상주본을 찾을 수 없었다.


<2017년 4월 공개된 훈민정음 상주본. 화재로 그을린 모습>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 불이 나면서 상주본은 훼손 여부까지 논란이 됐다.


사실 문화재청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법적으로 소유권을 기증받은 해례본을 돈을 주고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오랜 시간 악조건에 방치되다가 화재 때문에 상주본의 일부가 훼손됐다고 알려지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배씨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불에 그을린 상주본 일부의 사진을 공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배씨를 설득할 생각이지만 계속 인도를 거부하면 강제집행도 검토할 것”이라며 “하지만 강제집행 시 상주본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배씨는 "진정서를 낸 사회단체와 어느 정도 합의점에 접근하고 있어 선고 연기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기한 내로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재팀 eu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