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 중국의 문화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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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 중국의 문화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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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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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재 관리

이번 북경 방문은 뜻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졌다. 모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후배가 중국에 특파원으로 파견된다 하니, 짐을 들어줄 겸 핑계 삼아 따라나선 길이었다. 오랜만에 북경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다. 북경을 중심으로 하는 유적지,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까지 그 모습이 어떻게 변했나 하는 궁금증도 한몫했다.

북경하면 떠오르는 음식, 진취덕은 다소 인기가 시들했어도 여전히 그리운 맛이다. 오전 일찍 김포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몸을 실고 우선 왕정의 콘도 식 한적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고, 세탁도 할 수 있어서 실용적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안면이 있는 분에게 소개받은 현지 가이드는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남자 직원이겠거니 했는데, 36살, 그것도 미모의 여성이었다. 후배는 일요일인데도 도착 직후 사무실 일이 밀렸다면 밥도 못 먹고 서둘러 사무실에 나갔고, 나는 우선 천안문과 자금성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분도 어라, 여성분이었다. 그러니 두 명의 여성과 동행하는, 뜻하지 않는 행운(?)이었다. 천안문 앞은 이전보다 많이 단정해진 듯했다. 일단 주차를 전면 금지시켜, 혼잡하지 않았고, 금연구역으로 지정 중국 특유의 무질서가 개선된 듯했다. 대신 걷는 길이가 훨씬 늘어나 자금성까지 보려면 최소한 1만 5천 보 이상을 걸어야 했다. 걷기 싫어하는 내 성향에는 맞지 않지만, 방법이 없는데 어쩌랴.

천안문 광장은 유적지로서는 별 의미가 없는 장소다. 정치적 배려의 공간이라고나 할까. 중국의 모든 상징적, 공식적인 행사가 치러지는 곳, 천안문 사태로 기억되는 장소다. 사진을 통해서 수없이 등장하니, 별 감흥이 없었다.

뒤이어 자금성, 터무니없는 관광객이 마치 썰물처럼 밀려가고, 깃발을 앞세워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인파로 북새통을 혼이 날아날 지경이었다. 요즘 중국이 효도 관광철이라 외경에서 숱한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가이드는 부연 설명을 한다.

그 와중에도 몇몇 전각은 지붕을 헐어내고, 기와를 다시 얹거나 바닥을 새로운 석재로 갈아 끼워 넣고 있었다. 원형과 다른 재질이었다. 색깔만 겨우 깔맞춤한 재질로 보수를 하는 듯 보였다. 인부를 통제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긴급히 보수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가이드는 이런 공사가 상시 진행된다고 하니, 안전사고 위험은 고사하고, 명청대 유적을 오히려 훼손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 특유의 돌은 한국의 화강암 재질하고 다르다. 조각이 쉬운 연질의 암석이다. 중국의 조각 문화는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니 역사가 깊다. 자금성은 18세기, 19세기, 외세의 침입으로 대부분 소실되고, 남아있는 유물은 그나마 석조품인데 요즘 말로 전돌이 아닌 보도블록으로 교체를 하다니, 좀 아쉬운 감이 들었다.

관광객 편의 시설도 엉망이라, 화장실은 지저분했고, 여러 곳의 가이드가 마이크를 사용하는 바람에 소음이 굉장했다. 우리나라 궁궐에도 손 마이크를 가지고 다니는 가이드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 손 마이크의 음량도 일정 크기로 규제를 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교차했다. 표지만도, 각종 조형물도 아직은 미비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객에게 바코드만 인식하면 대금 지불도 유적에 대한 설명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 것은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몇 개의 문을 지나 겨우 경상공원까지 올라 자금성을 내려다보면서 문화유산의 관리보다는 돈벌이에 너무 치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워지질 않았지만 십년 전보다는 장족의 발전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최근 유적지를 관광 자원화 하는 일은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자원화하기 이전 문화유산 관리가 더 중요한 문제다. 정확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 그것이 현실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다음은 이화원과 만리장성 편을 이어가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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