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 기순도 명인, 360년 된 씨간장 이야기 담은 ‘장꽃 피는 마당’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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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재] 기순도 명인, 360년 된 씨간장 이야기 담은 ‘장꽃 피는 마당’ 출간
  • 황상윤
  • 승인 2019.11.0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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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 기순도>▲(사진=CPN)

 


‘내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장독대에 새겨져 있다. 장 뚜껑에 얹어진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마다 나의 지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요즘에도 달빛이 어스름히 불을 밝히면 나는 어김없이 장독대를 둘러본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바로 양진재 종가를 이어 온 종부들의 삶을 듣는다. 마당을 휘감는 바람 소리에도, 장독을 엎는 흰 눈과 또각또각 떨어지는 빗소리에도...’ -본문 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한우갈비보다 한우갈비에 쓰인 ‘360년 된 씨간장’이었다.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이 씨간장은 탐라 고씨 장흥백파 양진재 문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양진재 문중은 씨간장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 중에도 피난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종부에서 종부로 전해지고 있는 전통 장의 비법은 현재 10대 종부인 기순도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이 잇고 있다. 기순도 명인은 어린 나이에 종갓집에 시집와 일찍 남편을 잃었고 작은 아이마저 먼저 떠나보냈다. 슬픔을 홀로 삼킬 때,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그녀가 찾던 곳이 바로 장독대였다. 장독대는 그녀에게 위안을 주던 친구 같은 존재였다.

‘장’과 같이 한 50년. 전통의 고유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기순도 명인. 그래서 사단법인 한국전통장 보존연구회를 설립해 ‘장’을 지키고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장꽃 피는 마당' 세트 표지>▲(사진=CPN)

평생을 장과 함께 보낸 기순도 명인의 삶과 전통 장 이야기가 담긴 '장꽃 피는 마당' 3권이 책으로 나왔다. 1권은 장의 전통과 풍습, 장맛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2권은 씨간장 항아리와 종부의 삶 등 360년 장독 이야기와 간장·된장·고추장 장담그기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3권은 간장·된장·고추장 등을 이용한 종가의 요리 비법을 공개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순도 명인은 “내 삶은 오롯이 장독대와 함께한 세월이었다. 장독대가 깨끗이 닦여 반들반들해지는 것이 신혼이었고, 장맛이 변하지 않고 늘 일정한 맛을 지켜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중년을 살았으며, 이렇게 귀한 음식 문화를 윗대에서 배운 그대로 자식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며 황혼을 사르고 있다.”며 “이 책이 전통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상윤 기자
1025hsy@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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