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잃어가는 고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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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잃어가는 고대도시
  • 관리자
  • 승인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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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유적, 난개발로 훼손 위험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 일대의 고대 유적지가 주변에 축사나 일반 건축물의 건립이 늘어나면서 훼손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곳곳에서 발굴이 이뤄져 고대 도시 유적이 나타나지만 지역 개발과 유적 보존 사이에서 하남시는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남시 일대는 고고학계나 발굴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주에 버금가는 고대 도시 유물의 전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고대 도시유적이 발굴된 곳의 몇 십미터도 안되는 곳에 건물이 지어지고 한편에선 축사 6천여동이 공장으로 용도 변경돼 지어졌다.
강찬석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축사 대부분이 서울시내 공장의 창고 역할로 지어진 것으로 모두 불법”이라며 “시청에서도 불법으로 알고 있으나 이미 허가를 내 준 상태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는 축사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으나 이미 상당량의 축사가 지어져 얼마나 많은 유물이 건축물 밑으로 들어가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남시 유적지 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달리 시에서는 지역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어 개발 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시관계자는 “현재 시 전체의 98%가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땅 소유주들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이는 것보다 개발을 선호한다”며 “그린벨트내 축사가 공장으로 용도 변경된 것은 알고 있으나 대부분의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들이 마찬가지라 마땅히 손쓸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하남시 시의원은 개발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일부 반응에 대해 “문화재 보존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며 춘궁동일대에 문화유산 박물관을 짓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보호구역 지정시 문화재 보호법상 정부에서 지원이나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남시는 한반도의 요충지인 한강유역에 있어 2천년 전인 초기 삼국시대부터 각축을 벌이던 지역으로 각 시대별, 국가별 유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현재 시굴 단계에 있는 하남 서부농협 뒤편의 유적지에서는 백제시대부터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기와파편이 발견돼 이 일대에 귀족 중심의 인물들이 살았던 집터로 추정하고 있다.

하남시에서 많은 유적과 유물이 나오는 곳은 춘궁동 일대로 지난해 사적 133호로 지정된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각 시대별 유물이 상당량 발견되고 있다.

특히 동사지와 천왕사지 등 대규모의 절터 유적도 유난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아직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원전 18년부터 고구려 장수왕에게 한강 유역을 빼앗기기 전인 475년까지 5백여 년간 지속된 고대 백제의 왕도 ‘하남위례성’으로까지 점쳐지는 곳이 하남시 춘궁동이다.

주류 학계는 아직 서울시 풍납동의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이 하남위례성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백제문화연구회 등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는 하남시 춘궁동 일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최정필 하남시발굴팀 세종대 교수는 “춘궁동 일대에서 발굴되는 유적은 아직 어느 시대부터 이뤄진 도시 유적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시대 층위별로 나타나는 유물이 고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며 “하남시는 이같은 도시유적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는 만큼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곳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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