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20편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경자년 새해를 맞아 CPN문화재TV를 방문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인터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주요 활동 소개와 문화재 관련 정책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인터뷰를 했다. 문화재 관련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국민 모두의 것인 문화재가 단지 영리 추구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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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락원 관련 문제가 재점화되어 문화재계 내부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성락원의 문화재 지정을 해지하고 새롭게 다른 분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명칭과 지정 사유를 바꿔서 문화재 지위는 유지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22일 CPN문화재TV를 방문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성락원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지정하는 체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데 정작 국민들은 모르고 전문가, 업체들만 배불리는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소장은 이 기회를 통해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황평우라고 합니다.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문화재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에 있어서 감시운동이나 보호 방향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시민단체입니다. 90년대부터 시작해서 30년 동안 달려온 단체입니다.
- 주로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주로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의 문제점을 지적했고요. 재난이나 화재로 인한 방재 정책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숭례문 부실 공사’ 논란 때도 문화재 부실 공사와 방재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또,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함께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약탈 문화재 환수 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 이번에 성락원 지정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셨는데요
처음 성락원이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됐을 때의 근거가 철종시기 이조판서 심상응이 조상한 별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공식적인 기록에 심상응이라는 이조판서는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거기에 성락원이라는 이름도 20세기 후반에 지은 것으로 드러나서 근거가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문화재청에서도 인정을 했습니다.
지정된 근거가 거짓임이 드러나면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새로운 지정 근거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지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화재청에서는 비록 성락원의 정확한 조성자와 명칭이 잘못됐으나 명승으로서의 가치는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서의 지위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이 컵을 문화재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컵이 문화재가 된 이유가 손으로 직접 빚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계로 만든 것이라는 게 드러났어요. 사실상 ‘손’으로 빚어서 만들었다는 문화재 지정 이유가 거짓임이 드러난 거죠. 그러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거짓임이 드러났으면 지정을 취소해야겠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비유하자면 문화재청은 손으로 빚어서 만들었다는 지정 이유는 거짓이지만, 컵으로서의 가치는 있기 때문에 문화재 지위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주장이 논란이 일고 있는 거죠.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다시 풀어서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것이 맞는데, 그냥 지정 이유만 슬쩍 바꾸는 거니까요.
- 어쩌면 문화재를 지정하는 체계부터가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아는 사람들끼리 유착이 심한 거죠. 속된 말로 짬짜미 해먹는다라고 하죠. 문화재업자, 전문가들, 공무원들이 결탁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데 지정을 해버리는 상황이 꽤나 많습니다. 근거가 없으면 거짓으로라도 근거를 만들어 내서요. 문화재로 지정받으면 정부에서 지원금이나 보조금이 꾸준히 나오니까요. 이 지원금들이 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오는 건데 그 피 같은 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재 문화재보호법이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어서 일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문화재는 소중한 것이다’라고 특화되어버려서 몇몇 소수 집단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화재가 일반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게 됩니다. 문화재는 사실 모든 국민들이 향유해야하고 공유되어야 할 대상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
특히 문화재에 대해 영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역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세금은 세금대로 들어가고 이득은 본인들만 취하는 형식으로요. 이건 굉장히 잘못된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로 인해서 우리는 문화재와 더 거리가 멀어지고 소수집단끼리 만의 리그로 이익을 얻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일반인들에게 문화재는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편견을 심어주기도 쉽게 됐고요.
- 국민들이 문화재가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서 언급했는데 ‘문화재는 소중해’라는 마인드의 생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히 여겨서 숨겨두는 신비주의 정책이 아니라 소중하니까 모두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다는 것으로요. 그게 바로 문화재 활용 정책으로 멀어진 문화재와 우리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문화재를 가족이나 친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활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든든한 지원군으로요. 헬리콥터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망가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문화재를 꽁꽁 싸매서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러한 체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편견을 없애기에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성락원과 함께 2008년 지정된 명승 제36호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에 대해서 파헤쳐 볼 생각입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명승이 지정됐다고 생각해서 과연 이곳이 제대로 된 조사를 거쳤는지 역사적 가치가 파악된 곳인지 알아볼 생각입니다.
또, 권력들에 의해서 자격이 없는 문화재가 지정되는 것들에 대해서 과감하게 해부해보려고 합니다. 국보, 보물, 명승,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 모두를 아우르는 큰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권력과 문화재와의 잘못된 지정을 바로 잡는 해’로 2020년을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황평우 소장은 문화재가 권력의 도구로 이용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는 개인, 집단, 권력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으로 통용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문화재 지정 과정을 비롯한 체계가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지정 정당성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는 현재, 문화재를 지정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팀 임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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