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계의 거장!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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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계의 거장!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만나다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2.05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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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발굴, 불국사 복원 등 한국 문화재의 살아있는 역사서

 

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진 겨울. 김동현 박사는 인터뷰를 하러 온 두 사람에게 커피를 대접하며 소소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60년 넘게 문화재 일에 종사했고, 은퇴한 뒤에도 문화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쏟고 있는 그에게 그의 인생과 문화재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을 소개하는 김동현 박사 (사진 = CPN문화재TV 임영은 기자)
본인을 소개하는 김동현 박사 (사진 = CPN문화재TV 임영은 기자)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를 시작으로 문화재 관리국(현 문화재청) 보존과학 실장,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과 석좌교수,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70세에 은퇴한 후 83세인 현재. 문화재 자문 등을 하면서 한 발 뒤에서 문화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 문화재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고를 나왔고 대학 전공도 건축 쪽이어서 원래 전통 건축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문화재를 접하게 된 것은 195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그 때 저의 스승이신 임 천 선생님을 만나서 그 분께 고건축에 대해 배웠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을 했습니다. 그 다음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일한 뒤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상임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문화재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 맡은 일이 지금은 국보로 지정된 법주사 팔상전 해체수리였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봉정사 극락전 해체수리, 불국사 복원공사, 천마총 발굴 작업, 황남대총, 안압지, 황룡사 조사 등 많은 문화재를 만났습니다.

 

국보 제24호 '경주 석굴암 석굴'에 있는 본존불 (사진 = 문화재청)
국보 제24호 '경주 석굴암 석굴'에 있는 본존불 (사진 = 문화재청)

 

-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재가 있다면?

 

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문화재는 경주 석굴암입니다. 석굴암의 조형을 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참 많아요. 수학적인 거, 미학적인 거, 철학적인 거 이런 것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석굴암 아닌가. 하나의 문화재를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문화재입니다.

 

- 현재 문화재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 정책 중에서 문화재위원 정책을 예전부터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재 위원들이 문화재를 지정하고 해제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문화재에 여러 분과가 있는데 각 분과별로 너무 많은 방면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 분과를 이루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공예 분야를 다룬다고 하면 공예도 도자기를 다루는 사람이 있고 세공을 다루는 사람이 있고 회화를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한 분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화재 지정할 때에 그 열 몇 명 중에서 한 두 사람이 찬성을 하면 그게 통과가 됩니다. 모순적인 거죠.

 

그래서 전문분야별로 공예분과가 있으면 도자기, 세공, 회화 등 소위원회를 따로 만들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문화재 위원회를 전문위원으로 바꾸고 그 위에 한 10명 정도 문화재위원을 둬서 일을 알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심층적으로 조사가 되고 힘을 가질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별도로 문화재위원회 사무국을 설치해 제대로 문화재를 다룬다면 더 세밀한 부분까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문화재 활용사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문화재 활용 사업 방안은 무엇인가요?

 

현재 많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문화재 활용을 잘 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본뜻에 어긋나게 문화재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활용을 할 때는 문화재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재를 활용 사업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재연 학교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해서 제대로 문화재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73년 천마총 발굴 사업 당시 김동현 박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 문화재청 발간물 '천마총 발굴조사의 기록')
1973년 천마총 발굴 사업 당시 김동현 박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 문화재청 발간물 '천마총 발굴조사의 기록')

 

- 문화재 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60년 넘게 일하면서 제가 많은 일을 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재 복원 및 발굴 현장에 가서 일을 했고 그 모든 순간들이 저는 보람찼습니다. 특히 몰랐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 풀리지 않았던 매듭이 풀릴 때. 문화재 일을 하면서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예를 들어 안압지를 발굴할 당시 가위가 하나 나왔습니다. 초의 심지를 자르는 가위였는데요. 일본에 있는 정창원이라는 곳에서도 비슷한 가위가 나왔었는데 안압지의 것이 정창원의 것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밝혀져서 그 순간이 굉장히 보람찼습니다.

 

- ‘문화재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는데요. 문화재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면?

 

사실 문화재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대신 문화재 관람을 하러 갈 때 한국 미술사나 관련 이야기를 한 번 보고 관람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보는 것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리고 자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를 자주 보고 공부함으로서 더 가까워지고 친근해 질 수 있습니다. , 그 문화재를 만들었던 시대로 돌아가서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으로 문화재를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유럽 사람은 가야금 산조가 울려 퍼지는 장소에서 백자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봄을 즐기는 그 사람과 백자의 조화로움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안 겁니다. 이렇게 문화재를 볼 때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말고 배경까지도 고려해서 접근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지죠.

 

2020년, 문화재청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진 = 문화재청)
2020년, 문화재청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진 = 문화재청)

 

- 해외와 비교해서 우리의 문화재계의 현실은 어떤가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나라는 문화재 강국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당장 선진국들이 문화재에 분배하는 예산 금액은 전체 예산의 3%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힘들더라도 적어도 1.5%~2%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예산이 500조가 넘는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문화재청 예산이 1조원을 넘겼다는 뉴스를 봤어요. 0.2% 수준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그 정도도 안 된 것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봐야죠. 좀 더 문화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관련 예산도 많이 배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전 이미 은퇴를 한 상황이고 한 발짝 뒤에서 문화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획이라기보다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제 후배들이 문화재 계를 잘 이끌어가고, 국민들이 문화재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문화재 강국이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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