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책임 지자체에 떠넘긴 국가유산청에 비판 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부주의로 훼손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촬영 과정에서 서원 건축물인 만대루에 대못이 박히는 등 원형 훼손이 발생했지만, 문제는 단순 촬영팀의 실수를 넘어 국가유산 관리 시스템 전반의 부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데 있다.
국가유산청은 2014년 촬영 허가와 관리 업무를 지자체에 넘긴 뒤 제대로 된 감독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안동시는 허술한 촬영 관리 체계를 방치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병산서원이 훼손될 때까지 촬영 과정에 입회한 관리자는 없었다. 드라마 제작진이 서원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로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커졌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5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당시 덕수궁 돌담이 훼손됐고,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은 문경새재 성벽에 대못을 박았다. 문제는 당시 사건 후에도 체계적인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산서원 사건 이후 국가유산청은 부랴부랴 전국 지자체에 촬영 시 입회를 강제하는 공문을 보냈다. 안동시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는 사건 발생 후의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은 ‘촬영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국 문화재 보호를 지자체의 역량에만 맡겨두는 것은 국가적 직무유기”라며 “촬영 허가 절차부터 사후 감독까지 국가 차원의 표준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은 한국의 문화재 관리 체계가 전 세계에 부끄러움을 안겨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병산서원의 훼손은 다시 한번 문화재 보호 체계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이번 사건이 단순 논란으로 그칠지, 아니면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