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이 서린 화성 용주사, 그 중심부인 대웅보전의 불단 뒤편에는 조선 후기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6호 ‘용주사 대웅전 후불탱화’가 있다. 최근 이 불화의 역사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물’로 격상시키기 위한 정밀 조사가 시작되면서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양화법의 파격적인 도입, 김홍도의 손길이었나
용주사 후불탱화가 지닌 가치는 당대 최고의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렸거나 감독했을 것이라는 전언이 내려오며, 조선 시대 불화에서는 극히 드문 ‘서양화법’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점에 있다. 당시 도화서 화원들이 동원되어 완성한 이 작품은 인물의 얼굴에 드리워진 음영과 옷 주름의 입체감, 그리고 소실점을 활용한 원근법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통적인 평면적 불화의 틀을 깨고 3차원의 입체감을 구현하려 했던 18세기의 실험적 시도는, 이 탱화가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우리 미술사의 혁신적인 유산임을 증명한다.
■첨단 과학으로 200년 전의 진실을 캐다
이번 조사는 문화유산 분석 분야의 권위자인 공주대학교 이찬희 교수 연구팀이 맡았다. 조사팀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세월의 흔적을 첨단 비파괴 분석 장비를 통해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의 핵심은 안료의 성분 분석과 적외선·자외선 촬영을 통한 밑그림의 흔적 찾기다. 이를 통해 200여 년 전 사용된 천연 안료의 정체와 덧칠 아래 숨겨진 초안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한다면, 김홍도 등 당대 최고 화원들의 실제 참여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밀한 보존 상태 진단을 통해 향후 국가 지정 문화유산으로서의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방문화유산을 넘어 국가지정 ‘보물’로의 당위성
용주사는 정조대왕이 부친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재궁(齋宮)이자 원찰이다.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된 이 탱화는 예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조선 왕실의 권위와 효 사상이 집약된 상징물이다.
그동안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으나, 작품이 지닌 희귀성과 독창성,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제는 ‘보물’이라는 합당한 지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공주대 연구팀의 조사는 그 당위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전망이다.
효(孝)와 예(藝)가 만나는 지점, 용주사 대웅전 후불탱화가 첨단 과학의 옷을 입고 다시금 세상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