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은 박제가 아니다. 현장의 습도와 바람을 견디는 생명체다.” 지난 2월 본지가 단독 보도한 국가유산청의 ‘현장 전문가 전면 배치’ 인사가 실제 정책 현장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윤순호 국가유산국장이 안성 칠장사를 찾았다.
◆ 용주사-칠장사 잇는 ‘경기 남부 문화유산 벨트’, 정책 실핏줄 살핀다
안성 칠장사(七長寺)는 단순한 고찰이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화성 용주사(龍珠寺)의 핵심 말사로서, 경기 남부 지역 문화유산 관리 체계의 실질적인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용주사가 정책적 중심축이라면, 칠장사는 국보 ‘오불회괘불탱’과 보물 ‘대웅전’ 등 방대한 성보문화재를 보유한 실질적인 보존·활용의 거점이다.
윤순호 국장의 이번 방문은 본사인 용주사와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점검하고, 말사 단위에서 발생하는 관리 사각지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타깃형 답사’로 풀이된다.
◆ “보고서엔 현장의 디테일이 없다” 관습을 깨는 ‘현장 밀착’ 행보
이날 칠장사 경내를 누빈 윤 국장은 혜소국사비(보물)의 비각 주변 지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대웅전 기단부의 보존 상태를 육안으로 세밀히 살피면서 현장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한 국가유산청 내부의 변화가 고위직의 ‘몸부림’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해석이 된다.
이는 지난 2월 허민 청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현장의 흙먼지가 묻은 정책”의 실천판이다. 관료주의적 권위보다는 실무적 해법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K-헤리티지’의 미래, 현장 전문가의 ‘안목’에 달렸다
문화유산계는 문화유산국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일회성 방문을 넘어, 국가유산청의 체질 개선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2030년 ‘국가유산 100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책상 위에서 설계된 규제가 아니라, 칠장사와 같은 현장에서 주민과 사찰, 그리고 유산이 상생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성 칠장사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윤 국장의 행보는, 국가유산청이 지향하는 ‘활용과 산업화’가 결국 탄탄한 ‘현장 보존’에서 시작됨을 시사한다. 권위는 직함이 아닌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전문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