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재연구의 허브를 꿈꾸다
상태바
동아시아 문화재연구의 허브를 꿈꾸다
  • 관리자
  • 승인 2009.1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개소한 지 올해로 40주년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불혹(不惑),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40년이란 세월이 우리나라의 문화재 연구의 선두에 있는 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연구에서 위치는 어떤 것인지 알기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찾았다. 대전의 조용한 연구단지에 위치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부동심(不動心)처럼 고요했다. 여느 때처럼 연구원들은 현장과 연구실에서 문화재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전경


먼저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을 찾아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40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해 물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69년 문화재관리국의 문화재연구실로 시작되었다. 당시 문화재관리국이 문화재 관련 행정적인 업무를 맡았다면, 그것을 서포트할 문화재 전문가집단으로 문화재연구실이 출발하게 된 것이다. 40년 전 작은 실로 출발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현재 문화재청 산하의 독립단체로 확장되어 문화재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문화재청 정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우선 문화재청이 하고 있는 정책에 관련된 일을 저희가 전문가로서 서포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지금까지 지정되지 않았던 초상화를 일제조사해서 지정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초기단계에 일제조사를 저희가 담당했습니다. 또한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사업도 저희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화재청의 정책과 관련된 연구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희가 진행하는 일은 문화재의 특성상 전문성이 많이 필요한데, 특히 국가단위, 전국적 단위의 조사들은 국책연구소에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은 대학의 연구소나 사설연구소에서 수행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무형문화재연구소에서 전국 군단위까지 조사해서 민속종합조사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들은 국책 연구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


40년 전 일개의 실로 시작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현재 2개과, 7개의 연구실, 2개의 센터, 5개의 지방연구소로 조직이 넓어졌다. 본소의 연구실로는 주요문화재의 발굴연구를 수행하는 고고연구실, 미술문화유산에 대한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전통건축 관련 문화재에 대한 정밀학술조사와 연구를 실시하는 건축문화재연구실, 무형문화유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무형문화재연구실, 문화재의 과학적 분석 및 문화재보존방안을 연구하는 보존과학연구실, 문화재 보존복원을 위한 기술 및 재료의 연구개발을 하는 복원기술연구실, 천연기념물에 대한 체계적 연구·조사를 수행하는 천연기념물연구실이 있다. 정식직원 180여명에 프로젝트 단위의 비정규연구원까지 360명이 움직이는 말 그대로 한국 문화재연구를 대표하는 종합연구기관으로 발전했다.

국책 연구기관으로 문화유산의 보존과 발굴, 가치창조에 노력해온 국립문화재연구소, 40년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문화유산 연구 현장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있었다. 경주황룡사지, 익산미륵사지, 서울 풍납동 등 대표적 발굴 현장뿐만 아니라 중요건축문화재실측 사업, 무형문화재기록화사업 등 우리의 문화재를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사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문화재보존과학을 도입해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현재는 동남아의 문화재전문가에게 기술을 전수시킬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문화재조사, 연해주의 발해문화재조사, 해외의 한국문화재조사 등 한민족의 정체성확립을 위한 연구도 수행하였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저희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고고학이 바탕이 되어서 탄생하였습니다. 경주황룡사지라든지, 익산미륵사지 같은 우리나라 고고학의 초기단계에 중요한 유적들을 저희가 발굴하였고 특히 경주 신라시대의 도성, 부여의 백제시대의 도성과 같은 도성연구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최근에 서울 풍납동, 한성백제시대에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풍납동 발굴을 통해서 많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고고학분야에서는 최근에 우리 고대국가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러시아와 공동발굴을 해왔고, 작년부터 발해의 성을 발굴한 성과도 얻었습니다.

또한 문화재보존과학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국립문화재연구소입니다. 기간은 얼마 안 되었지만 저희가 문화재보존과학을 거의 창설했고, 현재 이 멤버들이 전국 각지의 연구실에 흩어져 연구를 하고 했습니다. 특히 보존과학이 첨단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도입해왔는데, 3년 전부터 저희가 동남아시아 지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축부분에서는 한국 고건축의 실측보고서를 최초로 시작 하였습니다. 최근에 보면 실측이 지방자치단체도 그렇고 문화재청이라든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효시는 국립문화재연구소입니다.

그리고 90년대에 앞으로 통일을 대비해서 북한문화재 조사를 했습니다. 각종 사진자료라든지, 도면자료 같은 것을 입수해서 연구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 조사도 90년대 초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한글과 현지어를 같이 표기해서 도록을 만들어 낼 예정입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우리의 문화유산은 한반도에 국한되어있지 않으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기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문화재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해외의 우리 문화재 조사 사업 수행뿐만 아니라 국제간 문화재연구 교류를 통해 문화재 보존과 연구의 시각을 넓히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아시아문화유산포럼'을 한국에서 성황리에 개최하여 한국, 중국, 일본 및 러시아, 몽골까지 아우르는 문화유산의 학술교류 및 공동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올해는 저희 연구소 40주년을 기념해서 '동아시아문화유산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기 때문에 서로 역사를, 특히 고대로 올라가면 유사성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공동 연구할 부분이 많은데, 그동안 보면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과 같은 당사자 간의 교류는 많았습니다만, 더 시각을 넓혀서 동아시아 전체 시각에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저희가 이번에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의 문화유산관련 8개 기관의 수장들을 불러서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반응도 좋았고, 한국이 앞으로 간사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이렇듯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일반학계에서 하기 힘든 전국적 규모의 프로젝트나 긴 시간이 필요한 사업, 그리고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연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이 많다. 10년 혹은 그 이상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성과 위주의 연구기관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들이다. 40년간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지만, 다양한 문화재 분야와 대규모, 장시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아직도 문화재연구에 대한 지원이 충족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첫째는 연구를 하다보면 어떤 경우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분위기 조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서 저희가 경주의 다보탑을 보존 수리하고 있고 미륵사도 수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차분하게 접근해야 됩니다. 그런 부분들이 용인이 되는 그런 분위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저희가 최근에 인적구조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만, 저희가 워낙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를 들여다보면 인력이 그렇게 풍부한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인적, 예산 이런 부분에 더 좀 더 지원이 되어서 충분하게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이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이 아무리 찬란하더라도 그것을 현재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국가적 시스템 안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설 때만이 우리의 문화유산의 가치가 오늘에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저희가 수년 내에 인원이 두 배가 되었듯 외형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습니다. 제일 먼저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외형적 성장에 못지않게 문화재 연구의 메카가 되도록 내실을 다지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국립문화재 연구소가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을 올리는, 그래서 동아시아의 문화재연구의 허브역할을 하는 그런 것들이 앞으로 저희가 지향하는 중요한 점이되겠습니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성과와 속도에 민감한 현대의 사회에서 문화재라는 옛 것을 연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40년간 묵묵히 걸어온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발걸음이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현대의 문화 콘텐츠로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느리지만 힘찬 발걸음 속에서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