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를 담는 함, ‘보록(寶盝)’의 귀환
상태바
어보를 담는 함, ‘보록(寶盝)’의 귀환
  • 이경일
  • 승인 2022.07.27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국외소재문화재재단(사무총장 김계식, 이하 재단) 어보(御寶)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盝)’을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조혁진) 후원으로 올해 7월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왔다.

 

이번에 환수한 보록은 재단이 지난해 정보를 입수, 소장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전문가들의 평가와 실견을 통해 매입에 성공했다. 재단이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동 유물은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후 판매를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조선왕실의 문화재인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관련 검토를 거쳐 매입을 추진하였으며, 소장자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설득한 끝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보록은 왕과 왕비에게 존호(尊號), 시호(諡號) 등을 올리며 제작된 어보를 보관하는 외함이다. 어보는 내함인 보통(寶筒), 외함인 보록에 담겨 종묘 또는 외규장각 등에 보관되었으므로 어보 제작시 보록을 함께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전에 만들어 둔 것을 수보(修補)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제작시기를 알기는 어렵다.

 

보록에 담겨져 있는 어보 자체가 보록을 설명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이 보록만 발견된 경우는 보록의 주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보록(사진=문화재청)
보록(사진=문화재청)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종묘로부터 이관한 312건의 보록과 인록(印盝)이 소장되어 있다. 현존하는 보록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인 1600년대로부터 순종대까지 300여 년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이번에 들어온 보록은 천판 중심에 손잡이인 거북형 뉴(龜鈕)가 설치되어 있고 내면에는 홍색의 방주를 바르고 표면은 가죽으로 싸고 그 위에 주칠을 하였다. 모싸개가 되어 있고, 배목바탕에 두 개의 국화동이 붙어 한 개의 타원형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후면 경첩의 아래쪽이 길고, 동사를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내부무문 명주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볼 때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순조 4(1804) 정순왕후 가상 존호시에 제작된 보록에 무문주를 바른 기록*이 있으며 시대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인 금구장식인 모싸개나 아래쪽이 긴 경첩 등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에 제작된 보록에서 나타난다.

 

보록은 인장함과 같이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량 제작한 것이 아니라 왕과 왕비를 위해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된 것이기에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또한 조선시대 300여 년에 걸쳐 단일품목으로 꾸준하게 제작된 공예품으로 금속, 섬유,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어 궁중 공예품의 양식 및 재질이 변화, 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편년자료로서도 연구․활용될 수 있어 조선시대 왕실 관련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환수에 기여한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소재문화재가 유통 시장에 등장하는 시점이나 매입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의 협약을 통해 문화재 환수·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그동안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2013.12. 환수)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1. 환수)’, 항일의병장 척암 김도화의 척암선생문집(拓菴先生文集) 책판(2019.4. 환수)’, 조선시대 왕실 관련 유물인 백자이동궁명사각(白磁履洞宮銘四角壺)(2019.6. 환수)’, 중화궁인(重華宮印)(2019.6. 환수)환수에 도움을 줬으며, 이번 보록의 환수 지원으로 또다시 의미 있는 환수 사례를 남겼다.

 

이번에 들어온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전시를 통해 8월 중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중요 한국문화재를 적극적으로 발굴, 조사하여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국외소재문화재 환수·활용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