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목수에게 듣는 전라도 전통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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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목수에게 듣는 전라도 전통 가옥
  • 관리자
  • 승인 200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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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한옥, 그러나 그 집이 모두 똑같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경상도말과 전라도 말이 다르듯이 똑같아 보이는 한옥도 지방마다 모두 건축방식이 다르다. 그 중 비교적 서민들의 전통이 살아있는 전라도는 어떤 전통건축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전라도에서 주로 활동한 목수 윤창병 선생을 전남 함평과 CPN본사에서 만나 전라도 지역의 고유한 건축양식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전라도 지역의 고유한 건축양식이 있는 것 같아요. 이곳은 앞문과 뒷문의 사이가 다른 지역보다 작더라고요. 기후 때문인 것 같은데요. 경상도 같은 경우 담이 두껍고 큰 데다 문도 삼 겹으로 지어져 있거든요. 앞문과 뒷문의 공간도 넓고요. 그곳은 지역이 추우니까 집안에 열기가 들어오면 한참 보관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전라도 지역, 특히 강진 지역 민가 같은 경우 담이 얇고, 집도 경상도보다 얕게 지어져 있고, 아무래도 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전라도는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해 있고 서해의 서풍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에요. 그래서 옛날에는 집을 높이 안 지었어요. 아담하게 지었죠. 지붕도 낮게 지었고요. 물론 바람이 좀 덜 닿는 육지에 있는 집은 좀 높게 지어 졌죠.





▲ 전라도 목수 윤창병 선생


Q. 전라도 집의 건축 상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전라도 집의 특징은 첫째로, 작은 나무를 사용했어요. 이 지역은 부자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큰 나무를 못 썼거든요.
건축방식 상 서울식과 비교해 볼게요. 서울식은 창방(한식 나무 구조 건물의 기둥 위에 건너질러 장여, 소, 화방을 받는 가로재)을 먼저 놓고 거기에 주먹장(주먹처럼 끝이 넓고 안으로 갈수록 좁게 된, 한 부재의 구멍에 끼울 수 있도록 다른 부재의 끝을 가늘고 길게 만든 부분)을 내어서 그 다음에 보아지(기둥머리 또는 주두에 끼워 보의 하부에 위치함으로써 보와 기둥의 짜임새를 보강하는 짧은 부재)를 맞춰요. 그에 반해 전라도식은 보아지를 먼저 놓고 창방을 보아지의 주먹장에 넣는 방식을 사용해요. 서울식은 기둥중심으로 큰 나무를 사용해서 한쪽으로 맞물리게 하는 거고 전라도식은 창방중심으로 작은 나무를 사용해서 양쪽으로 맞물리게 하는 거예요. 방법이 약간 다른 거죠.





▲ 서울과 전라도 건축방식 차이 설명하는 윤창병 선생


Q. 또 다른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해변에는 바람이 많이 닿아요. 그래서 집은 되도록 넓지 않게 짓는 것이 특징이죠. 생활이 좀 더 넉넉하신 분들이 지을 때는 조금 더 넓게 지었고요.

Q. 전라도 집은 대청을 주로 방과 방 사이에 놓나요?

예. 한가운데 칸에 대청을 놓아요. 4칸 집이면 두 칸을 대청으로 하고 양쪽에 방을 두죠. 5칸 집에도 마찬가지죠. 방을 양쪽으로 내고 가운데 칸에 대청을 내서 햇볕이 가장 많이 들어오게 뒤창문도 내고 앞에 문은 네 짝을 달아요. 그래서 다 열면 햇볕이 많이 들어와서 통풍이 잘 되고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죠. 한옥은 냉난방이 동시에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건축양식이에요. 대청이라는 가운데 마루가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서 지낼 수 있는 건축양식이죠.

우리나라는 기후의 영향으로 지역마다 전통건축양식이 다르게 발전하였다. 때문에 모든 지역의 가옥과 그 가옥을 만드는 장인들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모두 지켜나가야할 소중한 유산이다. 전라도 지역에는 아직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수많은 전통가옥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전통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다. 남도의 넓은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면 소박하게 서있는 전라도의 전통가옥들, 그것을 창조한 장인들의 맥이 계속 이어져서 전라도의 고유한 색을 지닌 전통 건축 문화유산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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