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기본적으로 옛 전통을 수호하고 이것을 후대에 올곧게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져야 한다는 걸 모르는가?
이걸 모른다면 문화재청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일선 건축 현장에서 품셈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기본적인 기능이 완전히 무시되었다. 편리와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기계로 절삭하고, 기계로 일을 하라고 ‘기계 품셈’이라는 해괴한 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기계를 이용해서 건축물을 짓는다면 우리나라 고유 전통적 방식의 건축문화는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기계 품셈을 적용한 이후 전통 공구를 다루는 장인과 그 사용법을 몰라 사용하지 못하는 전통 공구들이 사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무조건 건축을 건축적 행위로만 보는 것, 문화재청의 그런 관점은 아파트 시공업체의 관점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문화재 보호법 상의 문화재 기술자와 가능인은 왜 필요한 가. 편리 위주의 건설 기술자들과 다른 우리 전통 건축 기법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며, 미래의 후대에게 전해 줘야할 문화재청과 장인들은 도대체 그 기능을 널리 확대시켜야 할 책임감조차 들지 않게 만드는 이런 행정 행위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곧 우리 문화재를 망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만든 모든 법령과 시행령에도 문화재는 진정성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신문물이나 다름없이 기계, 절삭기 등을 적극 개입시킨다면, 우리의 전통학교 청년들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통 건축 기법을 보전하여 후대에 전하려면 어떻게든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근시안적 문화재 행정, 전통 건축물을 조성하고 그 기능의 면면한 전수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장인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곧 문화재청이라니. 즉각 기계로 나무를 절단하고 조형하는 행위를 현장에서 일소하고, 비록 거칠지만 장인의 혼과 숨결이 살아 있는 생명을 불어넣는 문화재 현장을 양산하기 바란다.
전통을 살리고자 국가 예산을 투여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행정행위를 함으로 해서 문화재 현장에서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모든 문화재 장인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 더불어 한국전통문화학교의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희망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 해야 할 것이다.
계속 이런 식의 엇박자 행정이 이어진다면 민란에 준하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문화재 현장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생활을 영위한 모든 장인들과 수리업을 운영하면서 국가 문화재를 지켜왔다는 자긍심으로 살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문화재청은 사과하고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지원한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기계학과를 선택하는 것만도 못한 이율배반적인 행정 행위에 대한 진정성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품셈이라는 비합리적 언어로 우리나라 문화재, 특히 건축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