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축의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상태바
전통 건축의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관리자
  • 승인 2010.02.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 건축의 주재료는 나무, 돌, 흙이다. 나무와 돌로 집의 뼈대를 세우고 기단을 만든다면 흙은 뼈대를 감싸고, 틈을 메우며 벽과 바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전통 건축에서 흙을 주재료로 하는 작업 과정을 미장작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미장작업은 단순히 벽과 바닥에 흙을 바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외대(수숫대, 갈대 등), 진흙, 회삼물, 강회 등의 재료를 이용해 중깃(흙벽을 칠 때 벽체 힘살이 되는 부재)을 세우고, 외대를 엮고, 벽체를 바르고, 고막이(마루 밑의 빈 공간을 돌과 흙으로 쌓는 일)를 쌓거나 담장을 치는 작업, 구들바닥을 바르는 작업도 미장작업에 속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미장을 하면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롭지 않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며 내구성이 좋아 수명도 길다. 하지만 공사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 전통방식의 미장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 전통 건축 바닥 기초 공사


경기 광주시 용화선원 요사채 공사현장에서 전통 미장 방식을 연구해 온 김진욱 장인을 만나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미장 과정을 담아보았다. 이날은 바닥에 황토와 숯을 깔아 전통건축의 바닥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1차적으로 강회다짐으로 바닥판을 안정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현대식으로 따지면 시멘트 작업을 하는 것과 같지요. 강회와 흙의 비율은 보통 1:3으로 섞는데, 물을 조금만 섞어서 부슬부슬한 정도로 합니다.”







▲ 1:3의 비율로 섞은 강회와 흙



강회는 석회석을 구워서 탄산가스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만든 생석회를 말한다. 강회는 시간이 갈수록 굳어지기 때문에 오래가는 반면 시멘트는 갈수록 강도가 내려가 강회에 비해 수명이 짧다. 시멘트에 비해 독성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강회다짐 위에는 황토층을 20~30cm 정도로 올리고, 숯층을 15cm 정도로 올려서 번갈아 가며 다집니다. 그렇게 하면 땅 기운이 그대로 올라올 수 있고, 온도와 습도조절이 자동적으로 됩니다. 습기가 많으면 습기를 빨아들였다가 건조하면 내뱉고. 가습기 역할이 자동으로 되는 거지요.”











▲ 황토층과 숯층을 번갈아 깔고 다지는 작업



바닥에 사용하는 흙은 마사(磨沙: 화강암이 풍화된 흙)가 많이 섞이면 좋다고 한다. 운모가 섞여 있거나 모래가 많은 흙은 작업하기 편하고, 점토에 가깝고 입자가 고운 황토는 균열이 많이 생겨 작업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흙의 성질이 까다로워 어떤 비율로 어떻게 사용할지를 판단하는 미장 기능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험이나 숙련도에 따라 완성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 숯층(좌)과 황토층(우)



김진욱 장인은 사라져가는 전통 미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제는 전통방식으로 미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체계적으로 정리도 안 되어 있고 기능을 전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공사해 달라는 곳이 없거든요.”



현재 한옥 보존마을로 지정된 곳이나 일부 지방 문화재조차도 벽체, 담장, 천정 등 미장 작업을 하는 부분에 스티로폼을 넣거나 시멘트 벽돌을 사용해 겉만 황토를 발라 시공한다고 한다.





▲ 김진욱 미장 장인



미장은 바닥, 벽, 천장까지 포괄하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 기능이다. 전통 미장 기능이 제대로 전수 되지 못한다면, 우리의 전통 건축물은 겉만 그럴듯한 모델하우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겉모습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온전하게 전통방식으로 시공했을 때 진정한 전통 건축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