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축물의 벽은 어떻게 세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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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물의 벽은 어떻게 세워지나?
  • 관리자
  • 승인 201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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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물이라고 하면 나무로 지어지고 기와를 올린 집을 떠올린다.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 때문에 대목분야와 와공분야는 비교적 전통 양식을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옥집에 시멘트 벽돌로 벽을 한다면 외형적으로 동일해 보일지 몰라도 전통양식의 건축물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연 전통 건축물의 벽은 어떤 방식으로 세워질까? 유재택 미장 장인을 만나, 사라져가는 전통 미장 방식 중 벽체 세우기 과정을 담아 보았다.






▲ 유재택 장인의 미장 도구



한옥의 벽체를 세우는 과정은 보통 중깃 세우기, 가시새 넣기, 외엮기, 벽체 바르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중깃은 벽체의 힘살이 되는 기둥을 말하고, 가시새는 중깃에 가로로 끼워 넣어 힘을 받도록 해주는 나무를 일컫는데, 가시새 넣기는 외엮기를 할 때 대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를 사용할 경우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외엮기 작업은 중깃에 가로로 대나무, 싸리대, 수숫대 등을 가로, 세로로 엮는 작업이다. 외엮기에서 가로로 된 것을 눌외, 세로로 서있는 것은 설외라고 한다.






▲ 외엮기 후 한쪽 면에 흙을 바른 모습



벽에 바르는 흙에는 1~3일 정도 삭힌 짚을 6~10센치 정도로 잘라서 섞는다. 짚이 흙을 잡아줘 벽의 갈라짐이 덜하기 때문이다. 안에서 외엮기를 했을 경우 안쪽부터 흙을 바르고 바른 흙이 건조되면 반대편에도 흙을 바르는데 이것을 맞벽치기라고 한다.












▲ 초벌바름



위의 과정을 초벌바름이라고 하는데 초벌바름 후 건조되면 고름질(초벌바름 한 벽을 다듬는 과정)을 한 후 다시 재벌, 정벌바름(마무리 바름)을 해준다. 흙을 바르고 나면 벽에 인위적인 자국을 내는데 이것은 그 위에 흙을 덧바를 경우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벌바름을 해서 회사벽을 하든 회마감을 하든, 빤빤한데다가 발라놓으면 서로 분리가 돼요. 벽에 흠을 내 놓으면 속으로 들어가서 물고 있어서 탈락이 잘 안 돼요”





▲ 정벌바름



“정벌바름을 할 때는 전통의 기법으로는 마사토를 쳐가지고 거친 것은 빼내고, 진흙도 큰 통에다가 다 풀어요. 그 흙이 하루저녁 지나고 나면 다 가라앉는데 그러면 물만 올라와요. 섞어가지고 체로 받쳐서 고운 것만 쓰지요.”




정벌바름을 할 때는 석회에 해초 끓인 물을 붓고 수사(식물에서 나온 실 같은 재료)를 넣어 당거래라는 도구로 쳐서 사용한다. 수사도 짚처럼 벽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 회반죽



전통 방식의 특성상 어느 정도 벽이 갈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그 때문에 흙을 적당한 농도로 반죽하고, 적당한 두께로 바르는 장인의 숙련된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장을 배우려는 사람은 없고, 용어나 기법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이러한 숙련된 경험을 후대에 계속 이어줄 매개체가 없는 형편이다. 전통 미장을 이론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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