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출판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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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출판사’를 아십니까
  • 관리자
  • 승인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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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이 주로 생활했던 곳으로 먼저 꼽는 것이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과 ‘님의 침묵’을 썼던 백담사다.

하지만 알려지진 않았으나 만해 선생의 중년 시절인 1918년 ‘유심’이라는 잡지를 내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독립 운동의 정신을 이어갔던 고택이 따로 있다.

종로구 계동의 우물 근처에 고택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찾아 나섰다.

실제로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는 일반 주택 사이로 ‘석정골 보름우물’이라는 꽤 오래된 우물이 있다.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일제시대에는 이 우물물로 근처 주민들의 식수를 해결했다고 전한다. 아직도 우물물을 퍼서 세탁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물 앞에는 만해 선생이 3.1 운동의 정신을 중앙학교생들에게 가르쳤다는 ‘유심출판사’가 이 언저리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기념비가 서 있다.

이 곳 주민들과 부동산에 문의해 종로구 계동 43번지에 ‘유심출판사’로 사용됐던 만해 선생의 집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외부는 최근 보수를 했는지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었으나 내부는 지붕이나 기둥 등에서 제 모습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었다.

이 집을 사서 들어온 지 15년째 된 송현숙 씨는 “마당을 중심으로 세 집 살림이 들어서 있고 자주 보수를 하는 편”이라며 “지난해 장마철에 옆에 세 들어 살던 방에서 폭우로 서까래가 내려앉아 다시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씨는 “보수하기가 힘들어 지난해에 집을 떠나려고 내놓기도 했고 시에서 매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하지만 집에 대한 애착도 있고 집 값에 대한 타산도 맞지 않아 앞으로도 이곳에 그대로 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만해 선생의 종로구 계동 고택은 최근 서울시에서 시기념물로 지정예고 됐었지만 지난달 부결 처리되는 바람에 문화재 ‘자격’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상태로 이번 달에 문화재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등록문화재는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건조물과 시설물 등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을 말한다.

지난 5월 문화재청은 종로구의 등록문화재로 홍난파 가옥 등 8개를 등록 예고했었으나 만해 선생의 고택은 명단에서 제외했었다.

시기념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 되면서 보존의 가치가 다시 재조명된 셈이다.

만해 학회에서조차 건축사적으로나 활동상으로나 큰 가치를 지닌 곳은 아니라고 했으나 만해 선생의 독립정신을 계속 이어나간 곳으로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도 만해 선생의 가던 길을 되짚어가는 학도들에게는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곳으로 남아 있다.

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최소한의 보호는 받을 수 있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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