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현안에도 문화재청의 대처 능력이 다른 해에 비해 능동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수동적이던 문화재 행정이 몇 년 간 꾸준하게 조직의 면모를 일신하려고 노력해왔고, 무엇보다도 능동적으로 바뀐 탓이다. 지역의 문화재 관리 시스템에 안주했던 과거와는 달리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고, 민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관행과 타성에 젖었던 행정을 바꾸어 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몇 가지 부분에서는 관행과 타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 문화재 지정절차가 터무니없이 까다롭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라져가고 있는 문화재를 발굴하여 시급히 지정하고 보존해야 할 텐데, 문화재 위원들은 자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지, 복잡한 절차와 심사과정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실례로, 구미 모 사찰의 대웅전의 경우, 문화재청에서 보물로 승격 지정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내 놓고도, 벌써 3년간을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안타깝다. 또한 고창의 모 사찰의 경우 조각 기법과 형태, 상호가 똑 같은데도 불구하고 한 사찰은 발원문에 기초해서 지정을 하고 또 한 사찰은 발원문을 핑계로 같은 장인과 시대가 같은 불상을 보류시킨 사실은 문화재 위원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물론 정확한 자료가 우선하지만 누가 봐도, 분명한 근거와 연구 논문이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홀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절도범에게 복장유물을 털린 것도 서러운데, 그걸 핑계로 지정을 못하고, 관리를 못하겠다는 것은 문화재 관리의 편협성을 드러낸 단면이다.
다음 문제로는 예산 배정의 적정성이다. 일부에서 흘러나온 말이지만 문화재 주변의 경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문화재는 당해 문화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문화재 주변을 잘 정비해서 관광 자원화 한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안전하고도 직결된다. 한 점의 문화재라도 그저 관리 예산만 투입하고 박제화 시킬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잘 협의해서 경관 및 환경을 개선시켜 관광, 교육, 대한민국의 올곧은 자산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도 예산을 적정하게 투입하고, 문화재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잘 협의해서 문화재청의 제 2의 도약을 논의를 만들어갈 때, 국민들이 문화재청이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어쨌든 이번 국감은 무리 없이 잘 진행하고, 최근 몇 년간 국민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아왔던 문화재청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굵직한 문화재들은 수십 년 간 잘 정비되어 왔다는 게 중론이다, 예산 배정의 음지가 있다면 잘 가려내고 추슬러서 우리 문화재를 국민들 면전에서 창피를 주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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