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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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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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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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도 문화재일까?

땅끝 마을에 위치한 유서 갚은 사찰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스님).
미황사는 지금 대웅전 벽의 천불도(千佛圖) 때문에 논란이 한창이다.

미황사 대웅전(보물 제947호)은 1754년 중수된 불전으로 평면의 구성, 공포의 장식성, 화려한 단청, 우수한 조각 기법 등 18세기 이후 불전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대웅전 내부 벽에는 천불도가 조성되어 있는데, 인도 아잔타 석굴벽화, 중국 둔황막고굴의 천불벽화와도 비교되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천불도란 천불사상을 근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각각 출현한 천 명의 부처를 그린 불화를 말한다. 미황사 대웅전 천불도는 그중 현세의 천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벽에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 화지(畵紙)에 채색하여 벽에 부착한 형태다.

이 천불도는 대웅전을 중수했던 1754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성된 지 260여 년이 지나다 보니 군데군데 훼손이 많이 되어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천불도의 상태를 확인한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과 사찰의 적극적인 주도로 보존처리 사업이 시작됐다.

공사를 맡은 000사는 천불도를 벽에 바른 상태로는 보존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 자문회의를 통해 그림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이 떼어내는 과정에서 천불도의 속그림으로 보이는 형태가 고스란히 벽에 남아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벽에 남아있는 그림은 떼어낸 천불도와 매우 흡사해, 사찰에 방문한 참배객들 사이에서 문화재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천불도를 떼어낸 표구공 최 모 씨는 이 흔적이 실제 천불도가 아닌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보존처리 과정에서 혹시라도 속 그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과 벽에 남은 그림이 문제 될 것이라는 논란을 미처 예상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재 원형 보전의 원칙에 따라서 그림자 부분에 정확히 천불도를 붙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벽에 부착된 천불도의 특성상 보존처리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논의와 세심한 주의가 있었어야 했다.

그림자도 문화재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불도가 사라진 벽에 버젓이 남아 있는 천불도는 뭐란 말인가. 문화재 동네가 그림자 천불도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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