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4편 - 김혜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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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人터뷰 4편 - 김혜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황상윤
  • 승인 2018.04.2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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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 남북교류 마중물 됐으면...

▲김혜정 학예연구사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됐던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재개 기대감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 정상 간의 만남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과 함께 많은 분야에 걸쳐 남북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남과 북이 교류를 시작한다면 먼저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가 2015년 중단된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는 고려 태조 왕건이 왕위에 오른 이듬해인 919년 수도를 지금의 개성 일대인 송악으로 옮겨 건설한 궁성이다.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공동발굴 조사는 2005년부터 우리나라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함께했다.

▲개성 고려궁성 만월대 전경 사진제공(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개성 고려궁성 만월대 전경 사진제공(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교류 초기에는 1개월에 불과했던 우리 연구원의 북한 체류 기간이 2015년에는 6개월로 늘어나는 등 10년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남과 북 학자들은 많은 성과와 함께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였던 만월대 공동발굴조사도 중단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공동조사에 대한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북한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는 김혜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10년을 이어오던 고려 궁성 만월대 공동발굴 조사가 2015년에 중단돼 매우 아쉬웠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길이 열릴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만월대 발굴조사가 다시 될 때를 대비해 기존의 고고학 분야뿐 아니라 미술, 건축, 보존처리 분야까지 포함한 조사단을 꾸려놓은 상태다. 남북의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혜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어떤 것인가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북한지역 문화재 조사연구와 관련된 업무로 개성에 있는 고려 궁성 만월대 유적 발굴조사를 포함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성 만월대 2차 남북공동 발굴조사 작업광경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개성 만월대 2차 남북공동 발굴조사 작업광경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언제부터 북한과 문화재 공동조사가 이뤄졌나요?
2005년에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개성 역사유적지구에 있는 문화재에 대한 보존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에 실무합의를 거쳐서 2007년도부터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유적 발굴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만월대 유적은 어떤 곳인가요?
만월대 유적은 고려 왕궁인데요. 왕궁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우리나라 고려 시대의 도성이 어떻게 생겼고 그 구조가 어떤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발굴 조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정치적인 상황에 의해서 중단되는 일도 있었지만 2007년~2015년까지 총 7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유적에 대해 조사를 위해서 우리 국립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단이 현장에 가서 같이 북측 조사단과 함께 발굴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북측에서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발굴 고고학자들이 참여했고 저희 쪽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발굴조사 인력이 개성에 가서 직접 발굴을 했습니다.

-공동조사가 7차까지 진행됐다고 했는데 북한에 한번 가면 얼마 동안 머물다 오나요?
처음 시작할 때는 체류 기간이 그렇게 길지 못했었습니다. 매년 한 달 정도씩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2015년에는 사업이 길게 진행되면서 6개월간 발굴조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서도 교류가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문화유산, 특히 문화재 분야는 비정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우리 민족문화유산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서 교류사업을 지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었습니다. 그래서 남과 북이 이 부분에 합의가 이루어져서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전시회를 같이 개최했습니다. 특히 2015년도에는 발굴조사가 시작된 지 10년, 남북공동발굴조사 1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굴조사가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10년 이어온 교류가 왜 중단됐나요?
2016년 1월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개성공단 폐쇄 등 전반적인 대북 관련 사업이 중단되면서 문화재 관련 분야도 교류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요?
2007년도부터 2015년까지 33만 제곱미터에 해당하는 유적 범위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서부 건축군 57%에 해당하는 범위를 발굴 조사했습니다.
그래서 제2정전 건덕전과 왕실 제사를 지냈던 경령전 등 문헌으로만 남아 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출토유물도 고려 왕실에서 사용했던 것들로 고려문화 최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건물에 쓰였던 기와와 실제 사용을 했던 청자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발굴조사 모습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발굴조사 모습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공동조사가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이 있나요?
남북이 함께 문화재 조사를 한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기술이 어디가 더 낫고, 낮고를 따지기 이전에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서 함께 우리의 유적을 같이 숨 쉬면서 같이 땀 흘려가면서 조사를 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공동 발굴조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인가요?
얼마 전에 도종환 장관이 북에 갔을때 개성 고려 궁성 만월대 발굴사업은 직접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기존에 논의되었던 평양 고구려 고분 발굴조사라든지 더 진척된다면 철원에 있는 궁예 도성에 대한 발굴조사, 그리고 훼손되어가고 있는 북한의 문화재의 복원 등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저희 쪽에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이용한 과학적인 보존처리기술에 관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북 공동발굴 조사의 재개에 대해 학자로서 기대가 있다면?
개성 고려궁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남과 북이 함께하는 사업입니다. 일단 북측 학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만월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만월대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려 문화는 국제적인 문화로 알려졌잖아요. 남과 북이 공통된 의견으로 고려의 왕실이 이런 형태였다,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혀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만월대 발굴조사 재개가 결정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대비는 하고 있나요?
현재 저희는 만월대 발굴조사를 위해 조사단은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기존에는 고고학 분야만 발굴조사에 참여했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조사단은 미술 분야, 건축 분야, 그리고 보존처리 분야까지 포함해서 조사단을 꾸려놓은 상태입니다.
미술 분야가 참여하면 고려 왕실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도자기, 기와 등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 건축 분야는 만월대 발굴조사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후 유적이 어떻게 정비되고 보존돼야 할지에 대한 방향까지 세워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발굴 조사를 했던 부분에 대한 유구보호조치, 잔디 식재를 위해서 건축 분야도 발굴조사단에 포함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보존분야도 함께 발굴조사단에 포함됐습니다.
언제든지 시작이 되면 저희는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북한과 교류가 다시 되면 만월대 조사 말고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제일 먼저 급한 부분은 북한에 있는 문화재가 훼손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급하게 보존이나 보호가 필요한 유적이라든지, 빨리 발굴을 해 보존이나 보호를 해야 되는 유적이 무엇인지 좀 파악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앞으로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고고유적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황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통일되면 시급하게 개발이 진행될 텐데 개발에 앞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어떤 유적이 있는지 이 유적을 발굴조사를 해서 개발이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고유적 관련한 현황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정상께서 만나서 문화유산 특히 문화재 분야 교류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분야는 정치, 경제, 외교 이런 부분에 비교해서 뒷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정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교류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문화유산이니까 같이 함께 보존하고 보호해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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