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민 일자리 창출에 왜 손 놓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각 부처가 앞다투어 일자리 창출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유독 남의 일인 양 잠잠한 모양새다.
문화재와 일자리, 언뜻 쉽게 연관 지어지지 않는 단어지만 사실 ‘문화재’는 일자리 창출에 있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 관광 안내소, 음식관련 사업, 레저 등 수많은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가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는 이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도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듯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천안의 광덕사에 가면 600년 된 호두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만 해놓고 주변 환경은 엉망이다. 계단이 바로 옆에 있어 관광객들이 나뭇가지를 꺾어가는 경우가 숱하고 근처에 몇 그루 더 있는 나무도 전혀 수목 관리가 되지 않은 채 가지가 잘려나가고 쓰레기 더미에 방치되어 있다.
아무리 사찰에서 안내판을 만들어 붙여도 주변 시설이 엉망인데, 관광객들이 관심을 기울일 리 만무하다.
천안하면 떠오르는 호두과자, 더군다나 호두나무의 시배지(처음 심은 곳)로 알려진 광덕사 호두나무. 잘만 활용한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광덕사 뒤편의 너른 땅에 호두나무 식물원을 만들어도 좋고, 호두나무 옆으로 공원시설을 확충할 수도 있다. 또 호두나무와 천안 호두과자를 연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수도 있다.
호두나무라는 문화재 하나가 가진 확장성은 이토록 폭넓다.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확충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이다.
당장 닥친 일자리 위기에 임시방편으로 몇 십조의 국가 예산을 퍼 부으면 항구적인 일자리가 늘어난단 말인가?
광덕사 호두나무 같은 사례는 전국에 무수히 많다. 이들 문화유산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문화재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문화재 활용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가 없다. 문화재 관광자원화의 세계적인 추세인 스토리텔링 분야조차 전담부서는 물론이고 전문가 하나 없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끌어안고만 있을 것인가?
박제화 시킨 문화재가 우리 후손들에게, 그리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효과적인 문화재 활용방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마냥 손 놓고 있을게 아니라 당장 실현 가능한 안을 만들고, 또 부딪쳐 나가다 보면 우리만의 특색 있는 활용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는 문화재청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cpn문화유산 문화재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