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는 박물관의 '잡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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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는 박물관의 '잡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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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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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학예사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학예사에 대한 열악한 지원이나 구조적인 문제로 아직도 갈 길을 헤매고 있다.

경력 인정 대상으로 등록된 사립 박물관이라도 대부분 재정이 여의치 않아 학예사의 고유 업무인 유물 전시와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이에 박물관 고유의 영역을 넓히고 다양한 전시특성을 살리기 위해 국공립 뿐 아니라 사립박물관의 학예사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박물관 협회에서 도입된 인턴제도 역시 인턴들에게 실무 교육의 기회는 거의 없고 뒤치닥꺼리만 하는 경우가 흔하다.

서울시내 한 사립박물관의 경우 학예사없이 정학예사 준비생과 올해 도입된 인턴제로 들어온 3명의 인턴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 연중무휴로 일하지만 인턴사원 봉급은 월 60만원에 그치고 학예사 사무실은 거의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박물관에 대한 교육이나 유물 연구를 하리란 기대와 달리 전공과 무관한 일들만 하느라 지쳐있다.

대학원에 재학중인 인턴사원은 “전공과 무관한 경험도 나중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학예사에 대한 교육이나 체계에 있어서 보다 전문성을 띄고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정학예사 준비생은 “자격증을 따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경력기관으로만 생각할 뿐 오래 있을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채용과 거리 먼 학예사 자격증”

학예사 자격제도가 시행된 것은 지난 2000년 3월.

학예사 제도는 준학예사와 1, 2, 3급 정학예사로 구분하고 있다.

준학예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할하는 시험을 거쳐 1년에서 3년 이상의 박물관 경력이 인정되면 자격이 부여된다.

정학예사의 경우는 세가지 급수로 나눠 석.박사 학위 취득 후 3급은 1년에서 7년 경력, 2급은 5년, 1급은 7년의 경력을 쌓고 논문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채용보다 자격 위주여서 바로 채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2000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급하게 끼워넣기 식으로 도입된 제도다 보니 초기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학예사 제도에 대한 연구를 맡았던 양현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기획실장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박물관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기기 위해 전문적인 학예사 양성 교육을 하고 취업과 바로 연결시키는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과 비슷하게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예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 버렸는데 이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등록 박물관마다 학예사를 두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박물관마다 학예사를 두도록 개정되면서 준학예사 시험을 치르는 준비생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준학예사 시험의 경우 역사학이나 박물관 운영에 대한 시험보다 영어 등 외국어에서 변별력이 높아 정작 필요한 과목을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소한의 자격시험으로 취급되지만 합격률이 30% 미만으로 낮은 것도 외국어 시험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또 자격증이 대여되는 경우도 있으며 사립박물관의 경우 재정이 여의치 않은데 무조건 학예사를 두도록 강요하면서 반발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체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에 학예사를 두도록 권고하고 박물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서울시 직원으로부터 올해 안으로 학예사를 두지 않으면 박물관을 폐쇄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최소한 몇 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사학 전공자 우선 선별로 박물관 전문성 떨어져”

학예사 자격제도 시행 후 올 3월까지 준학예사를 포함한 학예사는 모두 526명.

하지만 인원 충원도 드물고 서열관계로 이뤄져 그나마 여건이 좋은 국.공립이나 기업체 사립박물관으로 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박물관마다 전문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지만 학예사들은 학맥이나 인맥에 따라 또는 박물관 재정에 따라 옮기는 경우가 허다해 박물관의 특성을 살리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한편 학예사 중 절반 가까이가 역사학과 미술사학 전공으로 편중돼 있다.

박물관 학예사는 역사적인 기본 소양 뿐 아니라 유물의 수집과 전시, 연구, 출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지만 전공의 편중으로 전문성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숙명여대 의류학과 대학원을 나온 정인종 준학예사 준비생은 “사학과 쪽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예사 자격 심사에서 떨어진 경우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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