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공단 내 ‘섬’이 된 ‘지석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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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공단 내 ‘섬’이 된 ‘지석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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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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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의 개발 위주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문화유적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에는 LG 필립스 LCD 공단 건설이 한창이다.

공사 현장 인근에는 사적 제148호인 월롱면 덕은리 주거지와 지석묘군이 있으나 대규모 공단이 들어설 채비를 하면서 주변은 창고와 공단에 둘러 쌓인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


“백씨 문중 선산으로 여겨지는 지석묘군”

국사 교과서 표지에도 나왔던 덕은리의 선사유적은 청동기 시대 주거지와 10여기의 지석묘가 산재해 있다.

지난 1965년 국립박물관에서 조사 당시 북방식 고인돌 유형으로 7세기 청동기 시대를 추정케 하는 중요 고고학 자료로 평가된다.

이 고인돌들은 중부 이남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의 지석묘들과 유산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강화도나 창녕에 있는 거대한 귀족적인 고인돌에 비해 일반 가족 무덤과도 같은 서민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비슷한 양식의 고인돌은 중부 이남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주민들이 잡석으로 여겨 파손시킨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주거지 형태의 움막도 발견됐으며 대부분의 선사시대 집자리가 하천이나 평야지역에서 발견된 것에 비해 구릉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입구는 사당이 지어지고 있었으며 공사하면서 만든 임시 길이 유일한 통로다.

사적지는 수원 백씨 문중 땅으로 사당 건립은 이미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적지 주변으로 백씨 문중의 묘자리가 많고 사당이 지어지더라도 유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문화재 주변 500m 이내에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현상변경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사적지내 곳곳에 백씨 문중 묘소가 많고 입구부터 사당이 들어서 있으니 백씨 문중의 선산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주변에 공단이 들어서고 창고로 쓰이는 가건물이 즐비해 찾아가기도 여간 수고스럽지 않고 안내 표지를 따라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LG 필립스 LCD 공장 부지는 이미 지난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워낙 큰 공단이 들어서다보니 덕은리 고인돌 유적지 주변은 사적지라는 인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근 야산 정도에 불과했다.

지석묘군 유적지는 지난 60년대 발굴조사 이후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된 듯했다.

인근 주민의 반응도 “이곳이 유적지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올라가는 길도 어렵고 워낙 주변 관리도 없다 보니 꼭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두루미 도래지도 위협하는 LG 공단”

덕은리 주변의 임진강 일대는 천연기념물 250호인 재두루미가 겨울을 지내는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는 한강 상류의 댐이 건설되고 주변 환경의 변화로 재두루미의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천연기념물 제325호 ‘개리’가 찾는 도래지로 보호받을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는 “재두루미가 찾지도 않는데 보호구역으로 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문화재청에 도래지를 해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화재청은 “아직 정식 절차를 밟아서 요청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시의 바람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은리 지역에서 건설되는 LCD 공단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과 거리가 있어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반 유형문화재 보호구역과 틀리게 물을 사용하는 산업이어서 간접적인 영향은 지속적으로 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주시 시민단체에서는 시가 개발하려는 의지만 보일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보존도 고려한 도시기본계획을 세워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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