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N 뉴스 - [문화취재] 명성황후의 부채 '화조도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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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N 뉴스 - [문화취재] 명성황후의 부채 '화조도접선'
  • 관리자
  • 승인 2019.06.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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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의 부채 ‘화조도접선’>▲(사진=문화유산회복재단)


지난 2018년 구한말 왕실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호러스 뉴턴 알렌(1858~1932)에게 하사됐던 명성황후의 부채가 13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황실문화원은 지난달 말 알렌의 증손녀인 리디아 알렌 등으로부터 조선 후기 왕실 유물과 당시 기록물 30여 점을 기증받았다.

이 부채는 흰색 비단으로 댄 부채 폭에 부처의 손을 닮았다는 꽃인 불수감(佛手柑)을 수놓고, 종달새들이 날아드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특히 부챗살이 전통 합죽선에서 쓰이는 대나무가 아닌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어졌다. 홍선호 한국고미술협회 이사는 "불수감은 19세기 도자나 회화, 단청에서 많이 보이는 문양으로 왕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명성왕후의 부채는 대한제국왕실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알렌이 당시 명성왕후로부터 받았었으며 그 계기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1884년 9월 한국에 도착한 알렌은 그해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군사적 쿠데타인 갑신정변을 겪는다. 그리고 알렌은 서양 의술로 명성왕후의 조카이자 당시 실권자였던 민영익을 치료해 목숨을 구해준다. 고종은 알렌에게 큰 감사를 표하며 정2품에 해당하는 참판 벼슬과 은 10만 냥을 하사하는데, 화조도접선도 이 과정에서 고마움의 뜻으로 함께 전달됐다는 것이 대한황실문화원(총재 이원)의 설명이다. 특히, 화조도접선은 역사적 의미와 당시에는 유일했던 유물로서 그 가치를 더 해 주는 문화재이다.

<화조도접선 꽃자수>▲(사진=문화유산회복재단)

갑신정변 이후 알렌은 고종의 정치고문이 되어 왕실의 큰 신임을 받았다. 1885년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을 세우고 보름여 만에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알렌은 미국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주한 미국 공사관에서 승진을 거듭해 전권 공사에까지 오른다. 일본이 한반도 침탈을 본격화하자 대한제국이 독립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전문을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알렌의 후손들이 귀중한 문화재들을 한국에 선뜻 내어준 뜻은 고마운 일이다. 환수 유물 중에는 알렌의 친필이 들어간 서책과 한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포함됐다. 이미 문화재로 등록된 알렌의 진단서처럼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미국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4만 4천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고 하면서 "출처나 불법 반출 여부 등을 조사해 민간 차원에서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팀 박혜린
hellolin23@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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