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건축술의 백미, 선자연
상태바
한옥 건축술의 백미, 선자연
  • 관리자
  • 승인 2010.03.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옥의 선자연



흔히 목수의 역량은 추녀의 곡선에 달렸다고 한다.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지에 따라 한옥의 아름다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녀의 곡을 잡는 것만큼이나 목수의 숙련된 솜씨를 요하는 것이 있다. 바로 추녀에 서까래를 부채살 모양으로 배치하는 선자연(扇子椽) 기법이다.












▲ 선자연 내ㆍ외부 모습



전라도 전통목수인 윤창병 도편수는 한옥을 지을 때 가장 까다로운 과정으로 선자연을 꼽는다. 선자연은 추녀에 걸리는 서까래들이 일정한 각도에 따라 서로 빈틈없이 붙도록 계산해서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도편수가 아니면 힘들다는 것이다. 예부터 선배들을 통해 전해 내려온 방법과 도편수의 오랜 경험으로 서까래의 치수와 각도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어떡하면 선자연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잘 깎을 수 있을지 고등학교 수학선생한테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우리 힘으로는 안 되겠다고 하더라고. 높은 데는 중심선에서 다섯 치 육 푼이요, 낮은 데는 네 치 팔 푼이다 그 말이야. 그러면 약 8푼이라는 숫자가 깎여야 되는 거야. 그런데 그 숫자를 계산을 못하겠다고 해서 우리가 옛날에 하던 방법과 선배들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하고 있지.”






▲ 선자연 치수 계산법을 설명하는 윤창병 도편수



“계산하는 방법은 다 도편수 머리에 있어. 요새는 다 나무를 기계로 깎지만 선자연의 이 비스듬한 기울기는 기계로도 못 깎아.”









선자연에 사용할 나무의 한쪽 끝은 원통모양으로 깎는데 이 부분은 지붕 외부에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다른 한 쪽 끝은 지붕 안쪽에 들어가는 부분으로, 서까래들을 부채꼴로 배치할 때 서로 빈틈없이 맞아들어 가도록 기울기를 계산해 깎아낸다.



먼저 나무를 부분탈피 후, 나무의 한 쪽 부분을 계산된 치수에 따라 먹으로 표시하고 반원 형태로 깎는다. 반원 형태로 깎인 평평한 부분을 다시 치수와 각도를 재서 깎아내면 서까래에 비스듬한 기울기가 나온다.







나무의 반대쪽도 치수에 맞게 원을 그려 넣어 원통모양으로 깎아내고, 나무 표면에 자귀질과 대패질을 해 매끄럽게 다듬고 나면 서까래 하나가 완성된다.








윤창병 장인이 시범을 보인 서까래는 선자연의 좌측 마지막에 들어가는 서까래로, 서까래의 깎이는 치수와 모양과 각도는 제일 긴 서까래인 일장, 추녀 양쪽에 붙는 짝서, 우측 마지막에 들어가는 서까래 등 다 제각각이다.





▲ 선자연 서까래





먹통과 곡자로 일일이 치수와 각을 재고, 도끼와 자귀, 모탕 등 전통 공구를 사용해 깎고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니 서까래 하나를 깎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요즘엔 이렇게 전통 방식대로 선자연 서까래를 깎을 수 있는 도편수가 몇 없어. 다 지붕 위에 올려놓고 대충 맞춰가면서 깎아. 그런데 옛날 우리 선배들은 이렇게 다 땅에서 계산해서 깎아가지고 올려도 서까래들이 서로 하나하나 딱 들어맞았다고. 젊은 후배들이 눈으로 보고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하더라...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어.”







▲ 윤창병 도편수



선자연은 이웃의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우리나라에서만 몇몇 장인들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건축술이 집합된 한옥의 백미, 선자연. 선자연의 겉모양 뿐 아니라 조상의 지혜와 숙련된 목수의 정교한 솜씨까지도 그대로 후대에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