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것이 소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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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것이 소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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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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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단청장



김종욱 단청장(경기도지정무형문화재 제28호)은 단청, 불화 계의 ‘골동품’으로 불린다. 올해 일흔 다섯, 붓을 잡은 지도 60여년이 된 원로 중의 원로이기 때문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김종욱 장인은 열세 살 어린 나이에 혜각 스님 문하에 들어가 단청기법을 연마하게 된다.



“혜각 스님은 단청을 할 때 마음에 안 들면 완성된 후에도 다 덮어버리고 다시 할 만큼 까다로웠어요. 혜각 스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안됐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 밑에 있었지요. 저를 자식처럼 여기면서 모든 기법을 전수 해 주셨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금용 김일섭 스님, 만봉 이치호 스님, 한석성 선생 등 단청계의 거장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단청 문양과 불화 기법을 익혔다. 김종욱 장인은 현재 경기도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지정되어있지만 단청은 물론이고 불화, 산수화, 동양화까지 폭넓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단청과 불화를 분리해서 지정하지만 원래는 하나에요. 그림 그리는 순서도 똑같아요. 탱화(불화)는 회화적인 성격이 있고, 단청은 오행사상에 입각해서 딱딱 규정대로 하는 도안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는 똑같아요. 옛날에는 단청장이 단청도 하고 불화도 다 했거든요.”



지금은 고려불화를 그리는데 심취해있다는 김종욱 장인, 수십 년을 그려왔지만 아직도 탱화가 어렵다고 한다.



“후배 장인들이 단청은 잘 이어나가고 있어요. 안료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기법은 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 탱화도 잘하지만 아직 그 깊이는 옛날 사람만 못해요. 불교의 교리도 잘 모르고 그냥 기교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요. 단청은 발전을 하는데 불화는 아직 멀었어요. 나도 불화를 하고 벽화를 많이 그리지만 아직 먼 것 같아요. 나도 더 배워야 돼요.”



경주 불국사, 경복궁 근정전, 숭례문 등 수많은 궁궐과 사찰의 단청과 벽화를 그려온 김종욱 장인의 바람은 평생 붓을 놓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승에게 물려받은 기능을 후배 장인들에게 아낌없이 풀어놓고, 남은 생은 좋은 작품을 남기는 데 쓰고 싶다는 김종욱 장인을 만나 단청, 불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 김종욱 단청장]







김종욱 단청장



- 단청, 불화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3살 되던 해에 화원 스님의 소개로 혜각 스님 문하로 들어가 단청을 배웠어요. 어머니도 독실한 불교신자고 저도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아 불화가 좋았어요. 그때부터 단청을 한 20년 하다가 그 후에 벽화를 시작했어요.



- 스승인 혜각 스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혜각 스님은 단청을 할 때 마음에 안 들면 완성된 후에도 다 덮어버리고 다시 할 만큼 까다로웠어요. 혜각 스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안됐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 밑에 있었지요. 저를 자식처럼 여기면서 모든 기법을 전수 해 주셨습니다.



- 숭례문 단청을 그리셨다고 들었는데요.

숭례문이 불타기 전에 내가 맡아서 했었지요. 87년도에. 불탔을 때 내가 맘이 안 좋더라고요. 오래갔으면 좋겠는데.







김종욱 단청장



- 요새는 화학안료를 많이 쓰는데 예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옛날 안료가 색상이 좋지요. 은은하고. 요즘과는 달라요. 석채라고 돌가루로 만든 물감이 있는데, 전 화학안료를 안 쓰고 그것을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먹도 일본제, 독일제 있지만 옛날에는 불을 때면 구들장 밑에 남는 까만 것을 긁어가지고 계속 갈아서 썼어요. 천연안료가 오래가지요.



- 단청과 불화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지금 단청과 불화를 분리해서 지정하지만 원래는 하나에요. 그림 그리는 순서도 똑같아요. 탱화(불화)는 회화적인 성격이 있고, 단청은 오행사상에 입각해서 딱딱 규정대로 하는 도안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는 똑같아요. 옛날에는 단청장이 단청도 하고 불화도 다 했거든요.







김종욱 장인의 도구들



- 단청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단청은 장엄효과가 있어요. 격을 나타내잖아요. 궁궐 단청, 회랑 단청, 향교 단청이 다 다르고, 절도 대웅전 단청과 산신각이 다르고. 격을 나타내요. 또 단청을 하면 목재에 안료를 씌워놓기 때문에 목재를 보전하는 힘이 있어요.



- 단청, 불화 기법의 전수는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후배 장인들이 단청은 잘 이어나가고 있어요. 안료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기법은 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 탱화도 잘하지만 아직 그 깊이는 옛날 사람만 못해요. 불교의 교리도 잘 모르고 그냥 기교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요. 단청은 발전을 하는데 불화는 아직 멀었어요. 나도 불화를 하고 벽화를 많이 그리지만 아직 먼 것 같아요. 나도 더 배워야 돼요.



-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은 고려불화를 그리고 있는데, 남은 생 동안 계속 작품 활동을 해서 좋은 작품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후배, 제자들한테 제가 갖고 있는 기법들을 다 전수하고 수양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면서 세상을 살다가 가고 싶어요.







수원무형문화재전시관에 전시된 김종욱 장인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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