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북촌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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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북촌한옥마을
  • 관리자
  • 승인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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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가회동과 계동, 재동, 삼청동, 화동, 안국동 등에 걸쳐있는 북촌 한옥마을이 전통 한옥의 제모습을 잃어갈 우려를 낳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은 조선시대 상류사회의 주거 공간부터 1930년대 조성된 도시형 한옥의 모습까지 담고 있는 곳이다.

그나마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주거형 한옥촌이지만 이미 주변으로 콘크리트 건물과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면서 상당부분 옛 모습이 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840억원을 들여 가회동 31번지와 11번지를 중심으로 북촌가꾸기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옥등록제를 도입해 서울시의 기준에 따라 한옥을 보수하면 수선공사비로 3천만원 한도에서 무상으로 보조하고 있다.

또한 몇 채의 한옥을 매입해 북촌문화센터와 한옥홍보관,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장인의 공방 등의 시설을 개관했다.

하지만 개.보수를 할 경우 2/3 정도만 지원돼 어느 정도 비용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이 보수하기 버겁다.

보수된 집들은 외형상 깨끗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옥의 옛 정취와 조화로움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불만도 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 1984년 북촌 지역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해 한옥의 증.개축을 통제하고 신축 건물은 전통한옥양식을 따르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지난 1991년 5월 한옥보존지구를 해제하게 된다.

이후 1500여동의 한옥은 900여동으로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한옥은 이때까지 남아있던 한옥이다.

북촌한옥마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1999년 후반부터 시작됐다. ‘종로북촌가꾸기회’가 결성되고 북촌가꾸기 대책이 수립되면서 2001년부터 ‘북촌가꾸기사업’이 확정됐다.

하지만 북촌사업이 진행되면서 한옥 개보수의 경계가 모호해 공사 과정에서 증축이나 신축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다.

이에 기존에 있던 몇채의 한옥을 헐어내고 지하를 파고 내려가 2층 형태의 한옥으로 신축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한옥의 신축이나 개.보수 공사를 하는 곳마다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과 불화를 일으켜왔다.

20년간 영국인 남편과 함께 한옥을 가꿔왔다는 주민은 신축공사로 인해 자신의 한옥에 피해를 당했다며 종로구청이나 경찰서에까지 민원을 제출한 상태.

신축 공사를 하면서 경계를 무시해 담과 외벽이 허물어졌다는 주장이다.

신축 공사 업체측은 “서울시의 기준과 허가에 따라 공사를 했고 이미 소음이나 공사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 표시와 함께 변상을 했다”고 반박한다.

북촌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2001년부터 땅값이 2~3배 이상 뛰었다.

전세나 월세로 살기 힘들어 돈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됐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가들이 한옥의 높이를 올리고 몇 채를 합쳐 신축이나 개,보수를 해 집값을 올려 되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신축과 개․보수가 권장되면서 옛 주거지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당초 계획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한옥마을 문화재적 가치를 되살려 보존하기보다 관광 산업과 외부에서 보기 깨끗한 환경만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서야 북촌가꾸기사업의 성과로 새로 단장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한옥을 아끼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전통 주거 공간으로 남을지, 재력가들이 사는 부촌이나 관광 상업지역으로 변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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